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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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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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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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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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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3 19:47:07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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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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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 [하 산] 출품의 변
- 강배훈 -
단편이라고 하기엔 분량부터 애매하고 글이라고 내놓기에 세상 부끄러운 [하산]이 나온 이력은 다음과 같다.
작년 늦봄(2011년 4월), 지리산 치밭목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현재 치밭목 대피소는 국립공원의 관리를 아직 거부하고 있고 민병태 대장이란 사람이 산장을 맡고 있다. - 그 사람 참으로 고집이 대단한 사람이다. 아가씨에게나 아저씨에게나 부상자에게나 다정한 법이 없다. 그러나 대원사 계곡 코스를 넘나드는 등산객들은 모두 그를 기억하고 인사한다.
그 때 치밭목에서의 하룻밤이 이 글을 만들었다. 내가 묵은 그 날은 단체 등반객들로 누울 곳이 모자랄 지경이었고 수동 발전기를 돌려 얻는 전기로 4월 여태 온풍기를 틀고 있는 취침실이었다. 그리고 취침실에는 먼지가 빼곡했다.
‘1500미터 지리산에서 세속의 먼지와 마주하다니.’
새벽 3시- 나는 생수를 들고 밖으로 나와 목을 씻어 내고 있었다.
“안에 먼지가 많을 겁니다. 탁할 겁니다.”
대장이라 불리는 민병태 대피소장은 마당에 앉아 있었고 내게 무뚝뚝하게 말을 건넸다.
랜턴에 비치는 민대장의 눈빛을 보았다. 강한 줄기에 여린 잎이 나부끼는 지리산 대원사 능선의 산죽 같았다.
지리산에서 돌아와 몸을 씻고 곧바로 책상 앞에 앉은 이유는 그 민대장이라는 사람과 지리산 치밭목 때문이었다. 민대장의 눈빛을 부여잡고 순식간에 쓴 소설이다.
나름 우파인 나는 부끄럽게도 남부군과 같은 빨치산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고 그와 관련된 서적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기껏 해군 작전사령관에 있을 때 병장을 달고서 부대서 밤에 몰래 검열을 피해 봤던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작년에 보았던 민병태 대장의 눈빛과 또 가을에 다녀온 우리 합천 인근의 신원 전시관이 전부인 자료로 썼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참 좌파의 모습이 가미되었다.
우파를 껴안는 좌파가 참 좌파고 좌파를 사랑하는 우파가 진짜 우파다. 그런 사람들은 리영희의 말처럼 ‘좌우날개 평평한 온건한 비행의 새’다. 부악문원에 있을 때 곁에서 지켜본 이문열 작가 또한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
이 소설은 참으로 낡은 이야기다. 소설 속 구절처럼 무슨 녹슨 이념 타령이나 하는 구시대의 소설이다. 요즘은 시대를 이야기하면 이미 구시대 작품이 되어 버리더라.
그러나 녹이 슬어 부패된 철은 부풀어 오르고 녹의 붉은 독은 지금 오늘날에도 서로를 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오늘 날 이야기이다. 이념에 관한 이야기든 2012년 오늘날의 이야기든 갈등의 구조는 유사하고 갈등의 중심축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 철학philosophy과 정치는 인류 문화와 더불어 멸망할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걸 말하고 싶었다.
정치꾼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나쁜 정치 수단이 다른 나쁜 수단으로 바뀐다. 수뇌부가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것 이 아니고 거기 일하는 사람들의 물갈이가 일어나 그 나쁜 수단을 도모한다.
구대장이 할 일은 사실은 숙박 서비스 제공이요 조난자의 구출이다. 소설 속 오늘날의 구대장의 모습은 그게 정답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괜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갖다 부쳐 자기 코드의 (여기서부터 썩었다.) 사람으로 물갈이 한다. 참으로 허망하게도 그들은 구대장이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을 하여 포식을 했다는 트집을 잡아 구대장을 하산 시키려 한다. 참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말 안 되는 말을 오늘날에도 여기저기서 떠들고 고함해댄다.
본질보다 외형에 우선하여 저지르는 일이 2012에도 여전히 분명히 있다. 그리고 2013에도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나는 이 모습을 비판하고자 했다.
그리고 여전히 좌로 추락하는 새와 우로 추락하는 새들을 보며 정비행하는 새를 가리키고 싶었다. 그리고 좌든 우든 아예 날기조차 포기한 새- 그러니까 잡스러운 대중문화만을 이야기하는 대중들을 비판하고 싶었다. 나는 그들을 ‘불구스타일’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그런 그들에게 내놓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은 가치관은 없고 스타일만 있다. 그나마 그 스타일도 유흥의 정점, 강남스타일이란다.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은 내가 나이 먹어간다는 말이고 내가 어쩌면 나쁜 보수란 말이 된다. 그러나 좋은 보수가 되고자 이 소설을 썼으니 사면해 달라.)
문원의 보수 이문열 선생님께서는 제대로 된 좌파계열 작품을 아끼는 편이다. (실제로 진보성향의 사람을 반긴다. 이문열 작가는 지독한 보수지만 진보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밤 새 술 마시며 토론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그들과 끝까지 술을 마시는 광경을 서너 번 보았는데 토론은 상당히 부드럽고 유쾌하다. 서너 번 밖에 못 본 이유는 이문열 작가는 대게 혼자서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문열 작가는 내 글의 수준을 떠나 주제 때문 격려를 해주셨다.
합천문학회에 들어와 손국복 회장님 덕분으로 이렇게 완성할 수 있었다. 내가 그 분을 회장님으로 모신 것은 순전 그 분의 작품 때문이니 ‘작가님’이란 호칭을 쓰겠다. 작가님은 내 작품에 3번 교정을 봐주셨고 6번 커피를 사주시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3번 교정을 봐주신 내용은 부악문원에서, 이름을 말하면 알만한 우리나라 작가들이 내 작품을 보고 해 준 충고와 유사했다. 그러나 회장님은 플롯 구조는 물론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봐주셨다.
나는 그 분께 해드린 게 하나도 없지만 내가 합천문학회 회원이고 그가 장이시라면 당연히 내 작품을 만져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인은 가난하여 나는 앞으로도 회장님께 해드릴 건 없겠지만 다만 꾸준히 글을 써 그 분을 괴롭힐 작정이다.
[내 가장 좋은 작품은 생의 마지막 작품이 되리.] -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는데 이문열 작가님께서도 그 누군가의 말을 빌린다고 하며 그리 말씀 하셨다.
나 또한 분명 그러하다. 그러하기에 이문열 작가님과 손국복 작가님이 해주신 내 글에 대한 충고와 질정叱正을 나는 깊이, 더 치열하게- 감사드린다.
칭찬은 사람을 느리게 변화시키지만 비판은 사람을 빨리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문열 작가님의 칭찬 때문에 이 작품을 끌고 있다가 손국복 작가님의 비판 때문에 이번에 말끔히 끝낼 수 있었다. 가난한 내 주머니라 이 번 추석 때 배 한 박스는 이문열 선생님이 계시는 부악문원이 아니라 손국복 작가님이 계신 해누리에 전해질 것 같다.
사족만은 아닌 이야기를 하나 더 할 것이 있다. 졸고를 완성하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해 네 번 정도 병원에 가서 매번 두 대씩 주사를 맞았다. 거기 이홍석의원에게도 감사드린다. 주사가 아니었으면 이 작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쓰러지기 전엔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는 내 자존심을 무너뜨린 작자다. 자존심이 무너질 때 더 큰 -제대로 된- 자존심이 세워지는 법이다.
아울러, 합천문학회 회원님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특히 월요일 詩 세미나 참석하시는 분들 - 나는 그 분들이 대단한 사람들이고 진짜 합천에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이렇게 써놓고 보니 괜히 대단한 척 - 어디 당선소감 같기도 하지만 내겐 단편 한 편 한 편이 중요하다. ‘작품 한 편의 마무리’가 마치 죽음을 피하는 본능과 이성처럼 중요하고 소중하다. 글을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내 미천함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내 졸고에 심각한 비판을 해주시는 분을 또 만난다면 기꺼이 나의 나머지 왼 쪽 주머니를 털어 율곡면의 농부 ‘안병도님’이 생산한 배 한 박스를 구입하여 보내드리련다.
이제 다른 작품을 위해 책상에서 잠시 하산하여 쓰러져 하룻밤만이라도 편히 등을 붙일 것이다.
아참-, 합천문학 20호 책이 나오면 부악문원의 [이문열 작가님]과 지리산 치밭목 산장의 [민병태 대장님]에게 선사해드리는 것 잊지 않겠다. 우리 합천문협 회원들이야 식구 분들이시니, 여러분들로부터는 내 작품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받는 것으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게 가족끼리의 옳은 20호 축하의 방식일 것이다.
20호가 정말 나올 것인가? 미안하지만 나는 그걸 믿을 수 없다. 그건 너무도 가슴 벅찬 일이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혹시 나온다면(이 근거는 19호까지 책이 나왔다는 데 있다.) 합천문학회 사무실에서 담은 막걸리 한 말을 놓고 회원님들과 잔을 돌리고 싶다. 아! 將進酒辭여.
담은 질 좋은 술을 어디서 찾을까.
결국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고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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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읽고 우리가 추구해온 또 추구해야 할 가치의 기준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
하루를 살고나면 살아온 하루가 지우며 따라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 불안 의 연속
어디로 가야할까?
무었을 해야할까?
살다가 살다 보면 숙제처럼 그렇게 풀리련 가 시간 시간이 흐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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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내가 집을 두 채 지었다. 하나는 <해누리>요, 하나는 <하산>이다^^. 중편에 가까운 분량에 주제 또한 묵직한 것이,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한 번쯤은 고뇌하고 정리해야할 민족사를, 상징적으로 작품에 담고 정리한 이야기쟁이 강배훈 선생이 있어 가능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 하느라 탈고 또 탈고 노심초사한 이 소설<하산>이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수고 많았다. 강배훈 작가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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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또 세상에 내 글을 내놓은 적이 없어서 한 편의 글이 탄생하기까지의 산고를 잘 모릅니다. 막연히, 내가 정성을 들이고 기뻐하고 숨 막히는 고통을 치른 뒤에 낳은 자식처럼 애지중지 여겨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편의 글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마치 알몸이 되어 내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처럼 부끄럽고 두려우면서도 글을 완성했다는 뿌듯함과 기쁨과 설렘이 함께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회원님들 작품 한 편 한 편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한 줄 한 줄 정성 들여 읽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는 일, 참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합천 문학회 회원님들 모두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합천 문학’지에 첫 글을 올리는 일을 가슴 떨리는 설렘과 기쁨으로 기대하면서 합천 문학 20호의 출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강배훈님의 마음이 참 곱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늘 그 처음의 마음으로 ‘긴장’과 ‘겸손’과 ‘설렘’ 속에서 글을 쓰는 풋풋함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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