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말뚝
이동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인 내가 부족해서인지 처갓집 말뚝에 절하는 시늉도 안했고, 내색 또한 없었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올 휴가는 장모님과 함께 간다며 사전의논도 없이 통보해왔고, 건강하실 때 잘 해 드리자며 친정엄마를 모시고 휴가철마다 여행을 가는 게 벌써 4년째다. 힘든 곳은 휠체어로 모시고 계단은 손을 잡아드리며 거기다 알기 쉽게 설명까지 곁들여가며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렸다. 후포 수산시장에 들러 가리비와 전복, 돌 문어와 백합 등 싱싱한 해산물을 사다 맛있게 요리도 해 주었다. 나는 가슴이 울컥 했다. 아름다운 것은 출렁거리는 동해의 푸른 물결만이 아니었다. 내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일일이 표현하지 못하고 처가라도 데리고 가야겠다는 자신과의 오랜 약속을 미련스레 지켜오고 있었음을.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내 남편은 팔불출이랍니다. 처가 집 말뚝에 절을 하거든요!”
‘밀키스’ 여동생
이동실
남편 후배는 밀키스 한병을 여동생에게 쑥 내밀며 “사랑해요 밀키스!”하고 외쳤다. 모두들 달싹 웃으며 지나쳤는데, 그날 이후 처제를 왕비처럼 떠받들며 살겠다고 남편을 졸라댔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잘 못하면 뺨이 석 대라고 했던가!
제부를 만나면 신신당부를 해야겠다.
“남은 세월 서로 사랑하며 알콩달콩 재밌게 살다 훗날 중매 술 한 잔 진하게 얻어 먹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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