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잎 위로 비는 내리고>
후두둑 툭 툭--
굵은 빗줄기가 진분홍꽃잎을 건드린다.
“배롱나무꽃이 세 번 피었다 지면 곡식을 거둔다.”
창문을 타고 내린 빗줄기 사이로
온통 푸른 들과 산이 펼쳐진다
성질 급한 벼들은 벌써 이삭을 피웠다.
논도랑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더욱 거세게 몰아친다
진분홍 그 꽃잎만큼 아름답게 피어나던 마음이
여름 한 때 내리치는 빗속으로
처연히 떨어지고
나무 밑 둥 빗물과 함께 뒹구는 꽃잎만이…
한 때 나무는 탐스러운 열매 맺기를 바랐다
그 꽃이 다 지도록 어설픈 풋사과 하나 맺지 못하고
어여쁜 꽃잎만 다 떠나보냈다
아름다운 열매 맺지 못하는 연인들처럼
아픔으로 꽃잎만 물들이며
세찬 여름비에 몸을 맡긴다
변덕스런 여름 날씨라
어느 새 산허리에 모락모락 구름을 토해내고
유리창에 토동통 눈물 꽃 아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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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신호등 보도블럭 틈새에 피어난 민들레>
아침이 바쁜 사람들을 재치고 차는 쌩쌩 달린다
무심코 고개를 떨구고 내려다 본 신호등 아래
잔잔한 꽃잎이 겹겹이 팔을 내민다
보도블럭 틈새에 비집고 피어난 노오란 민들레…
“날 밟지 마세요.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난 저를 더 이상!”
고개를 들어 맞은편 신호등을 바라보니 파란불
신호를 무시한 채 자동차 한 대가 유유히 지나간다
나도 씩씩하게 건널목을 건넌다
삶의 소중함을 민들레는 알고 있었을까?
어리석은 우리의 하루가 쳇바퀴 돌듯 돌아갈 때도
민들레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대를 내밀며
그 빛깔과 향기를 내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지내왔으리라
누군가 그 고운 생명을 발로 짓이겨 놓는다 하더라도
또 다시 끈끈함으로 일어나리라
하늘이 유난히 파아란 6월
보도블럭 위로 쏟아지는 태양이
생명을 어루만지듯 삼키 듯 핥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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