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데칼코마니
실개천 터줏대감
삭은 갈대들
누굴 위해 흔들렸나
거센 물줄기 바람 부대끼며
서걱이던 것은
무얼 노린 퍼포먼스였나
길지 않은 생애
껍데기로 망가질 거면
꽃이라도 피워 볼 일이지
하룻밤 풋사랑 여인
뜨겁게 품어 볼 일이지
작열하는 태양에 맞서
온 몸을 내던졌나
끝내 삭정이만 남아
서걱이며 우는 갈대
찬 겨울 예감하는
상련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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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의 뒷 이야기
그것의 시작은
자신 탓인가, 타인 탓인가
인생의 예단은 신의 영역
신의 뜻을 알 수 없는
피조물의 무기력한 삶
죽어서도 저승에서
큰 바위를 산 정상에
굴려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형벌
하데스와의 악연이라 하지만
이겨내고 누린 장수의 삶
흔히들 살이 형벌이라 하면서도
살기 위해 죽을힘 다하지 않은가
죽음보다는
형벌을 머리에 이고 살아도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는
견뎌내고 따스한 햇살
누리며 살기도 하는 것을
아무리 큰 형벌의 시간도
다 지나고 평온이 찾아오는 법
태어나지 않음 보다는
살아있어 언젠가는 극복한 후
누리게 될 달달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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