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라도 내 집 앞에서 당신
기웃거리시려거든
잠든 시간에 찾아오시오
뜬 눈으로는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조차
없으니
행여라도 내 집 앞에서 당신
날 부르시려거든
세차게 비바람 치는 밤
작은 소리로 불러주시오
당신이 부르시는 소리에
내 귀가 더 멀게 될까
두려우니
행여라도 내 집 주소로 당신
소식 주시려거든
아무런 글자도 쓰시지 말고
백지로 그냥 보내주시오
차마 당신의 글을
읽을 수가
없으니
행여라도 꿈 속에서 당신
날 만나시려거든
변장을 한 채 오시오
적나라한 당신 모습
그대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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