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발간 동문회지인 [용마회보] 제35호가 며칠전에 배달되었다.
정성스레 페지를 넘기는데 8페지에 까마득한 어느 후배가 아내와 어깨를 다정하게 포옹한체 귀여운 딸을 감싸 안은 사진이 "아빠 금연초 사줄가?" 하는 글 제목 밑에 실려 있었다.
그 글은, 위 후배가 귀여운 초등학교 2년의 딸애가 승용차 안에서 운전 중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를 보고 "아빠! 금연초 사줄까?" 로 시작한 몇 마디의 말 속에 소중하게 모아두었던 돼지 저금통을 털어 아빠의 건강을 염려하는 딸애의 사랑이 농축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찡하는 감동을 받아
그 날로 그 후배가 담배를 끊고,딸애의 사랑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예기 였다.
정말, 아름다운 한 가정의 부녀 간의 사랑예기가 끽연자에게 금연할것을 찬찬하면서도 거역할수 없게하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그 후배의 글을 보고, 동창회 홈피에 아래와 같이 글을 올렸다.
L 군! 나는 지금 회보에 게재된 군의 "아빠! 금연초 사줄까!!" 하는 글을 보면서, 나의 뇌리에서 지워질번 했던 지난 날의 한 장면의 그림이 떠올라 이를 펴 볼가 하네.
----나는 화랑담배로 시작했네.
군에 입대한것이 1959년이고 담배를 끊은 해가 1967년이니, 내 골초시절은 대략 7-8년이 되나 보네.
내가 담배를 끊은 해수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내가 'C 비료(주)'에 근무하다가 마산에 새로 건설하는 H합섬(주)로 전직한 이듬해이기 때문이야.
긱연 기간은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니코친이 충분히 내몸속에 축적되었을 터.
금연이란 쉽지 않았네.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도 거듭하였다네.
호주머니 안은 언제나 담배 부스러기로 불결하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어 털고하였네.
어느날 퇴근길에 집 대문을 들어서는 나에게 네살백이 맞 딸과 터울인 둘째 딸이 나를 반가히 마지하면서
"아빠! 죠리뽕 사주세요!!" 하고 달라 붙는 것이었네.
내 호주머니에는 2-3백원의 돈이 있을 뿐인데---.
그 돈은 사실 내 지출비용의 첫 항목인 담배구입비가 아니던가.
정말 기가 차더구먼---.
그때 [금연초]나 [담배사냥꾼]같은 금연 처방약이 있기나 했던가.
있어 본들 빠듯한 가계비에 엄두를 낼 수 있었겠어.
요사히 중생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고 마치 중병을 치료하듯 약들을 사먹고 야단 굿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네.
이 때 성인이 어떤 계기로 큰 깨달음을 받드시 나도 큰 깨달음을 받았는데, "담배를 끊자! 그리고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죠리뽕 과자를 사주자!. 그리고 좀더 애들을 사랑하자!" 하는 대오 각성이었지.
별 것 아닌데 뭐 야단인가 하겠지만 그 때 형편으로 답배 값이 나의 형편엔 큰 액수였고 금연을 결심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보통결심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는가.
1907(융희1년)년경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 빌린 외채(外債)가 천 삼백 만원이 있었는데, 이돈을 갚지 못하자 국가경제가 일본자본에 예속되어 국권이 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음을 보고, 이 상태로는 도저히 자주 국가로의 갱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경향의 관리와 민중들이 대구에서 서상돈. 김광제 같은 젊은이들이 주도하여 일본에 진 빚을 갚자고 하는 국채보상운동을 벌였는데, 그 첫 사업이 전 국민의 긱연자가 한달간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아 일본의 빚을 갚자는 것이었다네. 그 운동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네.
이런 운동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금연운동이었지만 요즘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면서 금연운동을 국가 앞장서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 지감이 난단 말일세.
오히려 담배 판매량이 줄면 국가 세입이 줄어드는데, 금연은 반 애국으로 볼 수 있잖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네.
나는 당시 내 가정의 생계를 위해, 그리고 내 가정의 사랑과 믿음의 복원을 위해 그 맛나던 담배를 끊었다는 말일세.
그 때부터 내 지출 항목에선 담배구입비가 사라졌지.
금연 득인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건강하고, 동기들 중에서 너무 젊어 보인다고 왕따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네.
유쾌한 왕따지 않는가.
L 군!
군은 "아빠! 금연초 사줄가!"하는 딸애가 주는 사랑으로 담배를 끊었지만, 나는 "아빠! 죠리뽕 사주세요!"하는 딸들에게 사랑의 시혜를 위해 담배를 물리쳤다네.
분명히 말하네만 담배를 끊게된 동기의 가치로 평가한다면,
군은 사랑을 받으면서 끊었고, 나는 사랑을 주면서 끊었다는 사실이네.
성인들이 말하기를 사랑은 주는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나의 금연 동기가 군 보다는 한차원 높은 가치를 실현한 행위인 점을 인정 해주게. 하하하---,
결국 주는 주체는 내이고 주는 자체의 가치가 더 값비산 덕목이라면, 주고 받는 것 없이 내 스스로 결심하여 담배를 끊는 것이 오히려 소망 스럽다는 생각이 더누만--.
긱연 애호가여!
담배연기를 주위에 오염시키지 않는 것도 결국 타를 향한 사랑의 시혜인 것을 ------!!!!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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