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의 후배들께 띄우는 편지
제가 넷´에 제법 열손가락이 넘는 글들을 올렸습니다.
여러 후배들이 제 넋두리의 글을 봐 주었고, 나도 넷 친구들의 귀한 글들을 열심히 훑으며, 서로 간에 깊은 정의(情誼)을 나누며 교감(交感)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제 컴과의 씨름은 산골에 묻혀 시간을 파먹고 사는 이 촌노에게는 보람이며, 재미이며, 행복입니다.
도리켜 보면, 이런 ´컴.광장´은 내가 인터.넷을 열심히 배우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되었습니다.
그 때 너무나 반가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띄웠는데---, 벌써 4-5년 지났습니다.
내 생체는 노화란 생물적 법칙을 따르고 있으나, 그 날부터 내 찌든 생활은 활기가 돌았고, 내 마음은 청순한 소년으로 반전되어 갔습니다.
소위 추억을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지요.
1930년대 일본작가로 활동한 ´다자이 오사무´는 노년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충격, 분노, 절망 등으로 점철된 자기 생애에 관하여 [추억]이란 이름을 붙여 기록하고, 그 원고를 [晩年]이라고 쓴 한 봉투에 유서로 남겨두었습니다.
그것이 후에 [晩年]이란 처녀창작집으로 발간되었지요.
´다자이 오사무가 1909년에 태어나고 내가 1937년생이니 불과 28년의 간격인데---,
지금은 봉투 속에 "숨겨진의 추억"이 아니라 컴 속에 "즉시성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어지럽고, 복잡하며, 빠른 시대로 둔갑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 추억을 과학의 이기인 컴.넷을 통해 시공(時空)의 구애나 타력(他力)의 방해 없이, 뭇사람들 앞에 자유의지에 따라 부담없이 공개할 수 있으니,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 시간, 내가 내 아닌 타인이 되어 내 자신을 세밀하게 더듬어보니, 내라는 개체가 경험한 추억들이 나의 사고를 점령하자, 그나마 내가 지녔던 미래에 걸고있던 나의 꿈이 내 의지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서글픔이 추억 뒤편에 실재함을 발견하고, 지금의 나는 모순 속에 방황하고 있는 연약한 한 존재임에 고뇌(苦惱)하고 있습니다.
[꿈]과 [추억]을 공유하던 시절이 한없이 그리울 뿐입니다.
후배들이여!
오십이 넘기전에 꿈을 성취하고 그 이후론 꿈을 접어두고, 그 때사 추억을 먹고사는 알찬 삶을 엮어보라고 감히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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