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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저균´ 정말 무섭소!(원고1.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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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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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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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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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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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8 21:44:40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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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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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을 나서는 길목의 밭에 빨간 고추가 풍성하게 익었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귀가 어두운 그 밭 주인인 노인내가 고추를 따면서 큰소리로 어벙그리며 즐겁게 인사한다. 풍성한 수확이 즐그운 모양이다.
미국이 비행기테러 직후 백색 가루인 탄저균 살포로 공포에 떨든 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까마득한 후배 k군과 인터넷을 인연으로 서로의 정의를 주고 받았는데 그 때 그 후배에게 띄운 글이 빨간 고추밭 언저리에서 피어 올라 이렇게 본 컴의 네티즌에게 띄운다.
뉴저지 주 후배 k 에게
k군!
이곳은 가을이 무르익어 하늘이 더없이 맑고 푸르다오.
벌써 추수가 끝나 농부들도 모처럼 한가한 그런 계절이오.
풍성한 수확은 곡간에 가득하나 농심은 고뇌로 편치 못하오.
벼 수매가 농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오.
그 보다 정부 비축미는 늘어나 쌓아 둘 창고가 부족하고, 명년부터는 벼를 정부가 사들일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방침 때문에, 삶의 근거가 되어 온 땅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것임을 점친 농민은 가슴에 설움과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 고 위쪽 지도자들이 모여 있는 북쪽 하늘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소.
듣건데 그 곳은 테러 이후 전시와 다름없어 시민의 사생활에 많은 통제가 있다 하니 어려움이 많을 거요.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미국의 모습이 정말 부럽소.
당신을 낳고, 당신이 조국이라고 애정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나라가 국민을 염려하기 보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역의 형편이요. 국가 통수권자가 6.25가 역사상 신라통일 고려통일과 함께 세 번째의 무력통일 시도라고 하는 말에 어리둥절하는 국민이 많소.
테러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직접적인 공포수단을 이용하는 주의나 정책이라는 고전적 의미에 비견해보면, 당신의 고국인 이 나라도 합법의 탈을 쓴 테러가 난무하는 무법 천지라 한다면 지나친 표현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오.
그 곳 국민은 내국에서 백색 탄저균의 공격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국외 아프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장 라덴을 상대로 기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어 분노, 초조, 공포, 불신이 범벅이 된 환경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소.
그 가운데 동쪽 끝 반도의 황색 인종의 한사람인 후배의 모습이 더욱 외로울 것임을 상상해 보며, 선배는 하루라도 빨리 테러가 소멸되어 평상의 날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소,
그 곳의 보도를 상세히 접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밀가루 소동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소. "흰가루가 조금이라도 주위에 흩날려 있으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댕(솓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온 메스콤이 야단들이니 우리도 불안하오. 밀가루 소동이 더러 일으나는 데, 모방 심리가 대중과 공권력을 조롱하며, 불만을 해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오. 이러니 빈 라덴의 영향력이 가히 전 지구적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이 확실한것 같소.
도리켜 보면,
제3공화국 탄생전야는 지금처럼 정치자금 조달 창구나 정경유착의 뭉치 돈의 금고가 부재하였지요. 당시 중앙 정보부가 군사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공화당 창당 자금을 마련하려고 새나라자동차 사건, 워커힐 사건 등과 함께 삼분폭리 사건을 일으킨적이 있었소. 이 때 삼분의 하나인 백색 밀가루 문제로 정치권이 회오리친 적이 있었고, 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이 사회의 공적인 백색가루인 히로뽕 퇴치에 공권력을 쏟고 있어, 이같은 백색가루의 음흉한 조화를 일직이 보고 온 터이지만, 90%의 사망률을 갖는 흰 탄저균 포자를 테러 집단이 가공하여 거대한 미국의 핵심부를 겨냥하여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려는 담대한 야만성에 대하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성을 가진 인간의 행위라고 믿기 어렵소. 후배 역시 뉴욕이란 테러들의 타켓이 된 생활 권역에 살고있으니, 폭약의 태러도 두렵지만 그보다는 눈에 띠지 않게 뿌려지는 탄저균의 공격이 더 무서울 것이오.
참 나는 이 곳에서 탄저균의 공격을 먼저 경험하였소. 이곳 양지 바른 한 골짝에 선영을 위한, 봉답 3백여평의 위토답이 있었는데, 시골에 인력이 없어 벌써 수 십여 년 째 묵혀 두고 있었소. 동리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크레인으로 땅을 뒤엎어 우거진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일구었다오. 그 밭을 동리 갑장 친구에게 맡겨 경작을 의뢰하였더니, 그 친구가 지난 봄에 고추 500여 모를 심고, 나머지에 깨를 심었었소.
나도 친구의 요구로 농사일에 동원되어 고추 대를 꽂아 끈으로 묶기도 하고, 때로는 밭 골의 잡초를 메기도 하였었소. 그 고추가 잘 자라 꽃이 피고, 작은 고추가 가지에 수없이 열리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했고, 땅에 얽메여 있는 농부의 보람을 알 것 같았소.
그런데 풋고추를 따먹을 정도가 되자 고추 몸체에 마치 흰 띠를 두른 듯 한 이상한 병이 번지는 것이오. 그래서 이를 따다가 동리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바로 고추가 탄저병에 걸렸다는 것이오. 이웃들은 이제 탄저병이 퍼져 고추 농사는 걸렀다고들 하였으나, 친구를 시켜 농약방에 보내 약을 사오라고 하였더니 탄저병 약은 없고, 영양 보충 액을 뿌리라고 하여 몇 번 뿌렸었소. 이미 다른 사람의 밭에서도 이 병이 돌아 동리 고추밭 전부가 탄저병에 걸렸소. 처음엔 고추가 말라 떨어지고, 다음 잎이 마르고, 나중에는 앙상하게 고추 줄기만 비틀어져 메마른 체 서 있는 거요..
맛있는 고추장을 그리고 김장 고추를 마련하고자 했던 나의 첫 농심은 무참히 탄저병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소. 그 탄저병 포자가 테러 분자에 의해 지금 세계의 중심지에 뿌려지고 있다하니 정 말 두렵소. 고추 탄저병과 사람의 탄저병과 어떻게 다른지는 몰라도 아무튼 탄저병이란 병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섭다는 것만은 사실일 것이라 생각되오.
이렇게 탄저병은 우리 동리 사람들의 농심을 여지없이 허물어 버린 것이 바로 엊그제 였소. 이렇게 나는 탄저병에 관한 경험을 미국보다 수개월 앞당겨 겪었다오.
k군!
언제 귀국하는 기회에 마주 앉아 막걸리를 주고받자던 후배의 말이 되살아나오.
언제 올 건가요. 둘이 만나 한번 회포를 풀어봅시다.
내 오두막집이면 더욱 좋겠소. 지금 방을 한 칸 더 넣어 넓히고 있소.
2001. 10.
뉴저지주에 있는 후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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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이렇게 홈페이지에서 만나 뵈니 더욱 만갑습니다. 선배님 글을 읽으면 연륜과 진솔함이 듬뿍 배어 있어서 참으로 좋습니다.저 한테는 정말 귀하신 분을 만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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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보다는 젊지만 저도 어느덧 50이 넘어 버렸습니다.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동아리에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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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부디 건강 하시고 오래 사시어서 저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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