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맑은 순백의 견딜 수 없는 반란
때 아닌 추위에도
두려운 것은 낙화가 아니다
밤의 허리춤을 세차게 붙잡아 흔드는 것도
저 비바람 소리가 아니다
단 하루치만의 삶만으로도
치열한 꽃으로 지고 싶은
하얀 4월의 두려운 설레임
새벽시간
이경식
밤의 꼬리를 잘라먹고
일어나 앉은 새벽
잠이라는 놈은 꿩 새끼 마냥 벌써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렸네
남자와 여자가 섞이듯
어둠과 밝음을 절반씩 섞어 놓은 창조의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하느님께 인사하고
한편의 시를 적어 본다
중력의 여행
이경식
내 육체의 중력은 생존과 번식
태고의 처녀림에 숨어 살면서
이 숲의 지배자 포효하는 사자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다
내 정신의 중력은 자유와 평등
이성의 문을 열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사는 도시
낯에는 평등의 태양이, 밤에는 자유의 달이 뜨고
가로수에는 선악과 열매가 주렁주렁하다
야생의 사자는 살수 없는 도시
규범과 도덕의 쇠사슬로 목사리를 해서
내 집 앞마당에 단단히 묶어 놓아라
매일 선악과를 갖다 바치고 책임의 똥을 치워야하는 나는
사자의 주인인가!, 사자가 내 주인인가!
해와 달이 빛을 잃어 갈 때
성난 사자가 쇠사슬을 끊고 나와 사람을 죽인다는 전설을
모르는 사람이 이젠 더 이상 없다
내 영혼의 중력은 하나님
기도의 다리를 지나면
하나님의 집
의미를 잃어버린 생존과 번식 자유와 평등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뒹굴며
어린 아이가 독사의 소굴에 손을 넣어도 해를 입지 않는 이 곳
나의 주인의 집에서
함께 돌아온 나와 내 친구 사자는 영혼의 안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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