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 도
임춘지
잔잔한 음악에 마음을 녹이고
여울진 노을과 춤을 춘다
뻔뻔한 세상을 앞에 두고
마음 겹겹
가제로 걸러내도
맑아지지 않는 영혼은
좌정하고 사면의 시간 벽
둘러싸고 앉은 마음 속에
숙제하듯 살아온 일상을
자근자근 곱씹어 나열해 본다
나이 한 살 씩 탑 쌓을 때마다
이렇게 위태로운 경계가 있다는 걸
글자 사이로 설움이 돋고
행 사이로 눈물 비 되어 내린다
삶은 하늘만큼 까마득하게 높은데
고작 키 만한 세월 쌓아 놓고
무엇이 이렇게 애절한지
뭐가 이렇게 허허로운지
백척간두로 뒤흔들릴 줄은
내 몸이
돌무더기로
무너져 내린다 해도
아 - 이토록
절박한 간절함이여
2 바 다
임춘지
젊음이
태양이
바다 깊숙이 발가벗고 나들이 간다
부서진 가슴 속 훤히 드러낸 체
힘찬 파도가 연주하는
여름 노래
갈매기 고즈넉이 춤추고
화려한 황금색 낙조 휘감는 비단결 같은
사랑 노래를
가슴에 일렁이는
수많은 밀어는 모래성 되어
썰물로 밀물로
소용돌이 치고
뜨겁던 행복 살포시 파도에 숨겨 둔 체
바다는
젊음은
사랑은
여름과
슬픈 입맞춤으로
3,벚 꽃
임춘지
산 구름 휘감고 달려오는 달빛
샛바람
입안 가득
팝콘
후드득 터뜨린다
툭
불거진 꽃망울
자유로운
연인의 유혹
4, 그 사랑
임춘지
오라고 한 적도
반긴 적도 없는데
문이란 문
다 닫아 걸어도
어느 틈새 곁에 와
속 내 까지 드러낸다
밤 낮 없이 향기 품어
질식하게 만들더니
어쩌라고
어쩌라고
무수한 새 생명 잉태 시키고
7월이 다가 올 쯤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스라히 떠나가는
밤
꽃 향기
5.설레임
임춘지
갑작스레 소나기 퍼 붓더니
어느새
창문사이 쏜살같은 햇살
길게 그림자 드리우며
한결 커진 오후가
하품을 한다
뭉클한 흰구름 산중턱에 내려 앉아
강강수월레 춤을 추고
산새는 풀벌레는
청량한 산소로 콘서트를 벌인다
몽롱한 이슬 품은 밤 꽃
제 향기에 취하고
고즈넉한 계곡 바람 휘감으며 연정을 품는다
여느 해 없이 다가오는 일상 이지만
6월
올해 6월은
바라보기만 해도 정녕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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