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윤 경 선
넓은 바다 남쪽 모서리
홀연히 떠있는 푸른섬
산비탈 일구어 모은 삶
차곡차곡 쌓아 아름다운
돌담길 되었네
오랜 세월 농익은 삶의 보존
그들의 여정 느릿느릿
범바위를 오른다
서편제 북소리 장단 맞추어
아리 아리랑 아라리오
다랭이 논 구들장 논 한숨 달래고
느림의 미학 파도타고 울려 퍼져
뭍 터 사람 모여 들어
섬마을 꽃이 피네
앞만 보고 달려 잃어버린 것들
상서리 돌담길 천천히 거닐며
느릿느릿 추억 줍는다.
보약
윤경선
부산하던 가을걷이 끝나고
생기 넘치던 연둣빛
빛바랜 갈색의 무기력한 초겨울
보약 한 첩 먹어야겠다
쌉싸름한 들꽃 한 움큼
산기슭에 흐르는 샘물 두 바가지
맑은 바람 새소리도 넣고
달짝지근한 감초 한 조각
활활 타는 장작불 열정으로
시를 끓인다
오랜 시간 정성 쏟아
푹 끊이고 달궈지면
쓴맛 단맛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
혈관 타고 온 몸
전율이 흐르듯 짜릿한 이 기분
비로소 살맛이 난다.
|
 |
|
회원작품 게시판
추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