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즐거운 기다림
당신 선잠 속에 징검다리 놓기
찰방찰방 봄.봄.봄
눈물 몇 조각 빨랫줄에 말리면서
당신 생각하기
사금파리 햇살에 베인 손가락
구름으로 친친 감아주던 당신
쑥부쟁이 같던 내 마음 쓰다듬으며
참꽃 묻은 노래 불러주던
당신은 내게
빛이거나, 소금이거나
2. 시쓰기
애들아!
오래된 가슴을 들추자
치매걸린 언어들 웅성웅성 걸어 나온다.
삐뚤어진 기역, 소리 안나는 글자
새로 고치고 살살 달래서
꼬들꼬들 새끼줄에
차례차례 달아보자.
짓무른 겨드랑이 잔솔 바람에 잘 말리면
새 날개가 돋을지 모를 일이니
보리밭의 종달새처럼
푸릉푸릉 날지도 모를 일이니
3. 대나무
쩍!
농익은 솜씨에
허연 허벅지 드러 내놓고
벌러덩 자빠졌구나.
사철 푸르던 사군자의 기상을
어쩔 셈이냐
너는
하늘 한자리 쓸쓸 비질하고
내 님 얼굴 보일 줄도 알더니만
강태공의 낚싯대나 되어서
세월 속에 빠진 내 유년을 건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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