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만에 글 올려 봅니다.
올 봄에 나에게 변화 있고 신나는 일이 하나 생겪거든요!!
무엇인고 하니 짜잔- 무공해 유기농 대단한 텃밭(4 이랑)을 일구고 내 평생 처음으로 씨뿌리고 물주어, 지금 싹이 빼꼼빼꼼 눈 맞추고 있겠지요. 첫애기 얼굴 보고 싶듯 퇴근 시간 기다리느라 목빠지겠거든요.
덕분에 부수입으로 영농일지 쉬운 글 마음 가는대로 몇 편 건졌습니다.
텃밭 이야기
1. 땅 고르기
손국복
괭이 들고 묵정밭 걷어 낸다
눈 대중 이랑 짓고
때 아닌 수확을 음미한다
파릇한 쑥갓이랑 고소한 상추
맵싸한 땡초에
입 안이 얼럴럴
땅 속 깊이 들어박힌
호박돌이 만만찮다
흐르는 땀을 닦고
주위 돌아보니
네 고랑을 골랐구나
한 이랑 상추 심고
한 이랑 쑥갓 심고
한 이랑 열무 심고
한 이랑은 고추 심자
텃밭이 반반 통통
며느리 볼같이
복이 가득 들었구나
2. 씨 뿌리기
요렇게 상추 씨가 작고 가벼운 줄
내 아직 몰랐구나
민들레 홀씨처럼
참깨 씨앗처럼
작고도 귀엽구나
내 생애 처음으로
생명의 씨 심어 보니
마음이 숙연하다
쑥갓이며 열무 씨
우엉 까지 욕심낸다
제대로 넣었는지
흙 덮기가 적당한 지
도무지 미지수다
단 한 가지 소원일랑
빼꼼 내민 얼굴 보기
3. 싹 틔우기
짚으로 이랑 덮고
아무 것 보이지 않는
맨 땅에 물주기 열흘
해 뜨자 텃밭 나니
천지가 개벽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오 눈부신 정직함이여
이랑 이랑 빼꼼 빼꼼
눈 빛이 초롱초롱
연두 얼굴 마주 보네
내 아이 낳았을 적
기쁨이 이랬던가
가슴이 울렁울렁
발걸음이 둥둥둥
4. 싹 키우기
퇴근 시간 가까우면 가슴이 설레인다
얼마나 자랐을까
목이 말라 울었을까
시원히 흩뿌리는 물줄기에 춤을 춘다
불어 오는 봄바람에
온 몸이 간지럽다
하늘 닮아 키가 큰다
땅을 먹고 살이 진다
천상의 신선초가 눈 앞에 아롱아롱.
5. 첫 수확
손국복
쏘물게 박힌 새싹
듬성듬성 솎아 낸다
풋내 나는 영초
입 안 가득 비릿하다
땅과 하늘과 바람과 비의 축복
몸 속 깊이 적셔 온다
달과 별이 바람타고
씨앗 위에 내려 앉아
달 닮은 우엉되고
별 닮은 쑥갓되네
우주가 순항하여
섭리가 살아나고
홍진에 부대낀 영육
새순 마냥 부활한다.
꽃밭 일기
손국복
발걸음 머물수록 꽃들이 달라진다
달빛 끌어 안고
밤 새 어루나니
사랑초
으아리
금낭화로 태어 났네
차갑고 긴 지난 겨울
싸늘한 토분에 온기가 돌고
눈부신 햇살은 적막을 깨워
비비추
천상화
희소식을 전하구나
기쁨 뽑아 올리구나
한창수
2004-06-07 17:49:29
선생님 저 들어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선생님글을 보게 됩니다. 모든게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제 아내도 옆에 있습니다. 선생님 글을 보고있으니 참으로 소담스런 행복함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시는 텃밭을 제가 보았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때 텃밭을 구경시켜주시면서 선생님이 저에게 말씀하실려던 그소중함이 더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시고 행복해 하시는구나 싶습니다. 저도 세월이 흘러가면 선생님처럼 여유와 작지만 깊은행복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선생님께서 이 텃밭을 소중히 가꾸시는것처럼 저희 두사람도 사랑을 아름답게 키워나가고 고이 지켜나가겠습니다.선생님 더워지는데 건강조심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손국복
2004-06-09 09:10:37
새신랑 새신부 신혼재미 쏠쏠한가? 한창수 군의 창대할 앞날을 생각하니 가슴 흐뭇하고, 새신부 고운 모습 그려보니 행복이 떠오르네!!
내가 말했듯이 멀리 크게 내다보고 짧은 한 생 참으로 위해주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재삼재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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