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
- *건지, 감자껍질파이북클럽
외딴집같은
뒹구는 달같은
너 말야
꿈꾸는, 젖은, 피식 웃는
너 말야
뻔한 대낮을 흔드는
뱅갈고무나무 이파리같은
설레게 해줘
살게 해줘
커피 한 잔할까?
오전 아홉시면 좋겠어
뱅갈고무나무 이파리가 보이는 창가
턱을 괴는 단단한 팔
막 책을 들어 또렷하게 읽으려는
반했어
놀랬어
여기까지야.
*건지ㅡ영국 채널제도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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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율섬
니가 가버린 곳에도 밤이 왔을까
초승달 한 점
조각배 하나
가끔 등대 불빛
울지마
그러니 울지마
꿈을 꾸었다
아주 잊은 얼굴
오른 손가락 검지로 읽어내리는
눈 코 입
잡으려 하면 흘러
내리고 말아
니가 도착한 그곳에 밤이 깊었어
하현달
조각배
가끔 등대 불빛
울지마
그러니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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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겨
갈래
돌아가지 않겠어
사나운 배를 타고
부우-ㅇ
배낭 따위
따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산소를 채워
아날로그
섹쉬 홀릭
빛으로 가는거야
너의 아이가 몇이든
헤아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갓 태어난 파도를
야자수를 기억해
질척대는 ×
발목 잡는 ×
바람이 부네
방아쇠를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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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고 있다
차창 너머
하염없이 걷는 소를 보았다
먼데로 간 사람인가
서늘한 눈
숙인 목고개
산으로 가는지
섬으로 가는지
터벅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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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는 법
새벽 세 시면 좋겠어
달이 가까운 시간이었으면 해
달빛이 식탁을 비추면
연필을 들거야
호기심 가득한 침을 삼켜
쇄골에 고인 땀방울을
오 그릴테야
나무의자와 물병이 놓인 언덕
싱긋 바람이 불어 오면
촉수를 내민 더듬이를 그릴래
나무껍질 사이 개미
지저귀는 햇살을
오 그릴테야
그리지 않곤 못 배기겠는 비밀이
새벽 세 시를 일으킨다
호기심 가득한 침이 달빛을
삼킨다
사그락 사그락
연필심 닳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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