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누워
바람은 안다
저 강의 흐름을
어디서 여울지고
어디서 넘쳐
어디로 향하는지
얕은 강에 고기 품고
깊은 강에 배를 띄워
바다에 이르는지
새들은 안다
저 강의 빛깔이
얼마나 푸르고
얼마나 흐리며
얼마나 따뜻이
생명을 키우는지
아낌없이 나누다
미련 없이 떠나는지
산들은 안다
저 강의 깊이를
어느 산
어디 짬에서 깨어나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모두 모아
힘찬 팔뚝을 세우고
우람한 가슴 만들어
바람과 새를
산들을 덥석 보듬고
유유히 흘러가는지.
그릇
조심해라 깨진다
밥그릇 국그릇 앞접시 뚝배기
모양은 가지가지
쓰임도 요모조모
이빨 빠진 걸인 밥상
황후장상 진수성찬
한 끼 식사 매일반
신중해라 다친다
저렇게 말없이
공손한 몸가짐으로
당신 앞에 우릴 위해
엎드린 적 있었느냐.
거울3
백치로 돌아가자
백치로 돌아가
맨몸으로 서자
부귀는 무엇 하며
영화 또한 무엇이냐
진시황 아방궁이
백악관 장미 정원이
황매산 너른 자락
들꽃보다 오래가랴
천하절색 양귀비
거룩한 부처 공자 예수도
거울 속 잠시
떠가는 구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무명 그림자.
싶다
떠나고 싶다
이 나라
가진 자의 횡포
불법 부패
당리당략
권력의 고리들
서러운 자 더 서러운
저주의 땅
숨고 싶다
이 세상
무너진 도덕
사라진 염치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
부익부 빈익빈
약한 자 더 약한
지옥의 정글
묻히고 싶다
이 몸뚱이
파김치 육신 끌고
살벌한 전쟁터에
투입되는 나날
낙엽 털고 가벼워지듯
양지바른 어느 등성이
백골로 눕고 싶다.
기도
울어 본 적 있는가
날 위해
내가 불쌍해
내가 가여워
살아 온 날 억울해
울어 본 적 있는가
태어나 고마운 것 말고
부딪히고 망가진
날 위해
꺼이꺼이 울어 본 적 있는가
너를 위해
여럿 위해
무작정 받쳐 온 날
병들고 쪼그라진
마지막 나를 위해
작은 기도 올려 본 적 있는가.
약력
<문학공간>등단
한국문협/경남문협 이사
합천문협지부장/합천예총지회장 역임
합천예술인상
시집<그리운 우상><산에묻혀><강에누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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