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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원고



추천 :	578	이름 :	송영화	작성일 :	2003-08-10 23:16:54	조회수 :	5,284

농부의 일상 1.

                                                  -  송 영 화 -

푸른 숨쉬는 들녘에
분꽃처럼 아침이 피어오르면
들길위로 하나 둘 등장하는 사람, 사람들
온몸으로 견디었을 지난밤 태풍걱정
걸음이 바쁘다

발길에 채이는 이슬 빛 고운 아침에
일상에 시름 저만치 밀어 잊고
둘러보는 아침인사
화답하는 푸른 숨결
그저 반가워
민족의 먹거리 민족의 자존심
거창한 것은 몰라도
이 맛에 살고
눈 시린 진녹색 아침은 배부른데

멀리 있는 손주녀석 꿈결에 다녀 간 뒤
눈길에 밟히는 생각
할아버지 냄새난다던 녀석 생일이 언제더라
가만히 펴보는 빈손
쌀 마늘 감자 담아, 부처 보내고
택배영수증 위안 삼아 자위하는 부정

그래 할아버지는
네 녀석에게서 나는 도회지 냄새가
살맛이란다

농부의 일상. 2

                                                 -송 영 화-

비워진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논두렁 타고 넘는 바람에
휘이 휘이 날리는 깃발도
그들의 가슴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도
거두어진 들녘
농부의 한숨으로 가득하고

손에 잡히는 것
몇푸대의 종자와 채무상환 안내장
들어왔다 자욱만 남기고
썰물처럼 빠져나가 가로금 그인 통장
이마에 한겹 늘어난 주름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평생 싸워 갈 들녘
악으로 남은 자존심

그래
손주 녀석들 하얀 쌀밥 먹이는
주름 잡흰 작은 소망하나 있어
살아 볼까?

     길

                                                    -송 영 화-

돌아보면 스르르 허물어지고
불쑥 일어서는 가야할 길

툭툭 불거지던 힘줄도
터질 것 같던 핏줄도
숯처럼 재처럼 사위어진 지금에는

더 짖은 공허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끝 모르는 두려움으로
길 위에 서있다

눈길 위에서

                                                 -송 영 화-

하얀 눈밭 위에
떠있는 외딴집 지붕위로
피어오르는 저녁 연기
그리움을 말아 올리면
침묵의 언어로
지난 시간 속에 가라앉은 의미들
생각들이 길을 간다

발자국 데리고 떠난 눈길 위에
살아온 날들 그기에 있었고
사람들 속에서 흔들렸던
살아있다는 그것
차마 버리지 못할 때면
하얀 벽처럼 다가서는 그리움
더는 초라해 질 수 없어

안개가 지워간 길 위에서
버림의 의미를 배워간다

축제 이야기
                                                - 송 영 화 -
  이운재현 행사(750년 역사의 길을 가다)

굽은 허리 지팡이 집고
경판이고 가는 저 노인네
걸음 걸음 누굴 위한 고행인가
마중 나온 가야산 바람 땀을 씻어
홍류동 물소리 쉬어 가라네

  템플스테이

정적을 깨는 죽비 소리
법당 안에 자욱하고
내리뜨는 파란 눈
무릎 위에 떨어지는 번뇌
툭 처서 떨어내고
비워서 일주문 길나서 내

  축제 한 마당

산사의 끝자락
대금의 맑고 깊은 소리에
머리는 비워 저
육신마저 빼앗기고
판소리 한 자락에 들썩이는 광장
통기타 선율에 봄이 일렁인다
속세의 한을 말아
승무 춤사위에 숨어 안고
이봄의 축제는 깊어 간다

  식후공연

흥에 겨워 쓰러졌다
굿거리 장단에 춤추고
한 가슴 둘러 나와 흐른 땀
허공에 맺혀 시가 되고 별이 되고

어린이 백일장

콩닥거리는 가슴
고사리 손으로
피어나는 시심 묶어
하얀 종이 메워 가는 모습 꽃을 닮아
사월하루 현신 한 부처님 같다

  판각재현

우매한 이의 손끝이 경에 닿음과
깊지 않은 신심으로 경을 새김과
가슴 비워두고 눈으로 경을 읽음을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문학회	2013-06-20 11:31:07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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