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이경식
거실 유리창에 대가리를 처박고
새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쨍그랑 햇빛이 깨졌습니다
맑은 날이었으므로 파편은 날카로웠습니다
죽은 새를 위하여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비틀어진 세월을 조율합니다.
새들이 오선지를 날아오릅니다
옆집에서 창문을 쾅하고 닫습니다
날이 세면
창문에 대가리를 처박고
새 한 마리가 죽을 것입니다
철들다
이경식
겨울의 문턱에서 철쭉이 피었다
계절을 가리지 않네 저 꽃은
철이 없어 세상모르고 피었나
꽃이 피었다 이 겨울의 문턱에
꽃으로 겨울을 막으려는 듯
함께 피어 겨울을 이기자는 듯
황매산 철쭉
이경식
어디메쯤 숨었다가
봄이며는 찾아 오노
꽃피는 날 떠나가신
님 얼굴로 피어서는
지나가는 길손 마음
애잔히도 사로잡네
어머니의 춤
이경식
아픔을 품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나
눈물이 녹지 않은
웃음이 어디 있나
흥겨운 춤사위에
묻어나는 슬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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