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역
이 동 배
아!
세상이 이리도 매혹적이었나?
휘영청 밝은 달에 해맑은 처자 얼굴
벚꽃네
더욱 새침한
우리 누님 왔었네!
쭉 뻗은 철로 위로 햇살이 기어들어
듬성듬성 서성이는 황홀한 축복들이
봄소식
찾아왔다가
설레는 발걸음
달빛에 어스러져라 기꺼이 떨쳐버린
꽃잎들 뒹구는 역에 기적소리 스며들 때
어스름
늙은 가지에
걸터앉은 그리움
*경화역 : 지금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의 작은 역으로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아름다운 곳 50에 선정된 벚꽃터널은 오래된 벚꽃나무가 울창하다.
누에, 실 잣다
뽕나무 잎 위에 누에, 한 마리 또 한 마리
오줌 찍- 갈기고는 야금야금 누워 자고
잠자다
변하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몇 날을 기다리고 몇 잠을 자야하나?
날 세운 온갖 촉수, 다가 온 슬픈 유혹
스스로
몸을 가두고
꽁꽁 묶어 싸매고
한 꿈을 꾸고 나면 한 치씩 자라나고
마침내 잠에 취해 나비로 환생코자
황홀한
비단 수실로
너울너울 춤추며
*자귀나무꽃
연분홍 명주실 같은 풀어헤친 머리칼로
배시시 공작처럼 앙큼스레 뽐내는
우리 집
늦둥이 소가
좋아한다는 당신은
근육이 미모사처럼 살 떨리는 밤이 되면
꼬옥 꼭 붙어설랑 정답게 지내니께
온 마음
닫아걸고설랑
사랑한다! 자기야
아침 여명黎明 펼쳐질 때, 가슴팍 활짝 열어
홀라당 까발리며 숨김없이 내보이는
어릴 적
고향 마을에
순덕 누이 같아서
*자귀나무 : 동남아시아의 산과 들에 자라는 콩과의 식물로 합환주, 소쌀밥나무라고도 불리며 꽃은 6-7월에 연분홍색으로 공작처럼 피고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신경쇠약, 불면증에 약용한다.
지렁이 5
-지렁이 詩人
지렁이가 쓴 시는
농부만 읽는다.
생각만 가득한
느낌만 충만한
갖가지
애액愛液을 섞어
토해 놓은 흙내음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온몸으로 쓰는 시
길거리 시화전
에둘러 펼쳐 놓은
이 시를
읽다가 보면
숨은 세월 보일 거다.
뻐꾹나리
첫눈처럼
상큼하게 다가와 미소 짓는
불현듯
생각나서 찾아보고 반기는
샛바람
쉬었다 가는
뻐꾹나리 꽃잔등
약력
*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1996년),경남아동문학상(2016년), 섬진시조문학회장,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장,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 경남아동문학회 부회장, 합천문협회원, 시조집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 3인 사화집,월간문학사 2004.『흔적』 도서출판 고요아침 2013,『밟으면 꿈틀한다』도서출판 경남 2016,동시집『돌멩이야 고마워』아동문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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