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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 21호 원고 (최병태)



추천 :	462	이름 :	최병태	작성일 :	2013-08-12 12:59:17	조회수 :	1,707

    매미처럼 울고 싶다

                            최병태

닳고 닳은 울음
통곡이었을까
마지막 소리 꺼져가는 순간까지
노랠 멈추지 않는 건
여름 햇살 발기발기 찢어
짧은 그의 일생을 묻고 싶은거리라.

그 인내는 암흑보다도 질겼으며
정열은 청춘보다 더 강하였으리라.

나도 저처럼 처절할 때가 있었던가.
온 몸이 간질 환자처럼 뒤틀리도록
몸부림치며, 통곡하며
태양처럼 뜨겁게 살아보겠노라고
지축을 흔들 만큼
통곡하던 때가 있었던가.

  개망초를 보노라면

                        최병태

뜨거운 유월의 태양이
구름 속에 몸을 숨기는 오후
신록 아래 바람결에
흔들리는 개망초의 춤사위
참으로 곱디곱다

어릴 적 누굴 닮은 듯하여
발걸음이 절로 멈춰서고
실루엣처럼 눈앞으로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 하나
추억의 가슴을 열어젖힌다.
하얗게 핀 개망초
가녀린 자태는
그녀의 넋이리라.

슬라이드 화면 속으로
아름답게 미끄러지듯
손끝에 잡힐듯한 그리움
가슴만 뻥 뚫린 채
너를 바라보고 있구나.

  열애

                           최병태

시간의 공간을 초월하여
너만 쫓아다니다가
잡았다 싶어 움켜쥐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너

까만 밤
하얗게 탄 입술
터질듯한 실핏줄
밤새
빙빙 맴돌아도 여전히 그 자리

잡히지 않을 언어와의 긴 고독
널 향한 숙명의 사랑으로
오늘도 난
언어 예술의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한
몸짓으로 꿈속을 헤매고 있다.

  인생 열차

                                최병태

어쩌다 내릴 곳을 잊고
내쳐 달리는 열차는
어느새 청춘이 내려버렸고
발기한 사랑도 거지반 내려놓고는
자루목 안 같던 인연들도 흩어지고
어둑발이 내린 롤러코스터 같은 길을
후진도, 유턴도 없이 달리고 있다.

불쑥,
어느 시기에 어깨를 밀면
어느 곳에서든 내릴 곳에
안고 내려야 할 허접한 보따리들,
매번 출발하는 열차는
가벼운 설렘과 미련을 남기지만
역에 도착할 즈음이면
이해 못할 아집만 남아
안개 자욱한 길에서 허상만 쫒다가는
메우지 못한 생의 엉 그름만
남을지도 몰라.

  오늘

                        최병태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하루뿐인 오늘을 산다.

깊은 절망의 나락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더듬고

과거와 미래의 거친 바다
한 가운데
오늘이 넘실거릴 때

살기위한 몸부림의 손끝으로
힘겹게 움켜잡은
삭은 삶의 끈 한 가닥을.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석양에 붙들어 매고서야
한 숨 돌리는 피곤한 삶.

또다시
내일이 오더라도
그날이 오늘일 수밖에 없는.

  계절의 상처

                        최병태

짙은 어둠을 불사르고
기지개 켜는 아침에
젖어버린 슬픔을 말리고 싶다.

사방으로 온통
안갯속 미로에 갇혀버린 날
희망 없는 고독한 삶을
내려놓고 싶은데
지나간 아늑한 추억이
발목을 부여잡고 서성일 때

삶을 유혹한 계절이
그리움을 할퀴고 있다.

파일 : 합천문학_21호_원고_(최병태).hwp (27.5 KB), Download : 31



정유미	2013-08-14 10:36:07

사람살이 세상살이 삶의 냄새 물씬 배인 세월 설렁설렁 풀어낸 그러나 묵직한 시편들 진하게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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