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차오른다
차올라 잎이 되고
터져서 꽃이 된다
꽃 피고 잎 달린 자리
숨어 사는 뿌리 있다
화사한 목련시
요염한 앵초시
가녀린 들국시
터져버린 벚꽃시
흔해 빠진 똥풀시
이름 모를 들꽃시
그 이름 그 자리에
그 빛깔 향기 있다
조금씩 묵어 간다
거북이등 소나무 껍질
천년바위 이끼류
백척 난간 누각들이
삭아서 시가 된다
죽어서 혼이 된다.
박황규
2013-04-06 19:34:43
화엄법계 인드라망이라 모든 것이 제각각 의미가 있고, 작은 울림이 삼천대천세계까지 뻗어나간다고 하던데, 세상의 모든 존재의 소소하고 정렬하고 장대웅장하고 심연한 의미를 잘 살려주신 것 같습니다. 호수의 미끄러지듯 가는 백조도 물 안에서는 쎄가 빠지게 젖어간다고 하고, 새싹 하나 밀어 틔우는 것이 조물주 힘쓰던 것과 같다고 하던데... 잘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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