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양늪
김숙희
버섯버섯 비 온다.
연잎에 붉은 귀 거북
뱅 뱅 뱅
청개구리
발걸음 소리 풍덩
한 발짝 더
금개구리 저기
또 저기.
2. 흐림
김숙희
수북한 우편함
금융 대부 업체 딸려 나왔다
졸지에 빚쟁이 파래
다그쳐 얻어낸 노래방 아줌마
제가 갑을께에
거짓이 거짓 낳고
숨어지낸 거짓 타령 가시나
짬뽕 한 그릇 이천만
핸드폰 하나 삼천만 원
노래 한 곡 천만 원
너 착하다. 이천만 원
일억 빚쟁이 된 날
달 별 숨었다. 억 안이 막혀
눈덩이 쌓이는 새끼가 새끼 치는
무서워 달려가 평생보험 챙겨둔 연금 해약하고
은행 돌며 대출받는 날
욕도 하는 놈이 하는기라
생각 안 나
뭐 그런 기 있노
사나운 진돗개 되었지
수척해진 통장 넘기며
사랑, 부자야 일억 투자해 놓았어.
3. 해인도
김숙희
꾸욱 박힌 점
보살 따라 일어서고
대방광불화엄경 단단히 끈 당기는
경전은 서두르지 않는다
절 마당 괘불대
법고 소리 더 높은
시작과 끝
둘 아닌 하나
돌고 도는 윤회 앞에
빛 따라가소서
4. 꾸중
김숙희
날 내려다 보시며
야단 치신다.
입술 열렸다 닫혔다
숭숭 이빨 사이
가을비 내린다
일요일엔 몇 번이나 내릴까?
앗,
수확해 볼까 가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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