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희-서귀포 사이프러스 리조트에서
정 경 혜
서귀포 달빛이 저리도 고운 것은당신의 은총 때문입니다
폭신한 침상에서도 잠들지 못함은당신을 향한 고백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꿈속을 헤매는 남편과두 방 가득 잠들어 있는 자녀 손들은내 투박한 텃밭에 심겨진 나무들입니다
때로는 손길이 미치지 못해도스스로 자라게 해 주시고
자기 몫의 꽃을 피우게 하시는 이는
당신이십니다
칠십 성상星霜 달려온 길목에서고운 달빛이 당신을 찬양합니다
푸른 초원을 달리는 바람 소리가당신을 찬양합니다.
행복했던 그 해 여름
—남편의 칠순을 기념하며
정 경 혜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솔숲을 보고
낯선 마을길을 걸어보고
한낮엔 바닷물에 뛰어 들고
낮엔 조개를 캐고
밤엔 풍등을 날렸다
함께
고구마를 굽고
옥수수를 삶고
조개탕을 끓이고
새우도 구웠다
함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편지글을 나누고
여름밤은 깊어 가는데
큰아이, 작은아이들
깍깍대는 웃음소리 행복했다
먼 훗날, 생각날까
형제가 연합하여 함께함을
그토록 좋아하던
어버이의 마음을….
정경혜 / 합천 야로 출생
･1992년 ‘문예사조’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 ‘푸른초장 문학회’〮 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부회장역임
･한국크리스찬문학상 수상
･시집:『裸木』･『정지된 시간을 깨우는 바람』․
『이슬처럼 풀꽃처럼』
<e-메일: namok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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