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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호 원고( 시_이선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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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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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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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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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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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16:31:07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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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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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이 선 둘
새하얀 햇살 나풀나풀 날갯짓하고
일곱 날의 시간 담긴 빨래 바구니
다섯 식구 몸에 이고 거실 한복판 가로지른다
세상의 고초가 진흙으로 뭉친 와이셔츠
건조대 위로 하얗게 줄지어 서고
아침을 깨우는 도마 위의 탭댄스
온 식구 입안 채우는 양념으로 물든 앞치마
그 옆에 살포시 기대어 선다
알토랑 삼 남매
놀이터 모래 먼지 잔뜩 머금은 알록달록 옷들
어깨동무하며 건조대 위를 졸랑졸랑 올라선다
하얀 가루에 묵은 때 벗겨지고
찌든 땀내도 향기로 채워지는 빨래
두 손으로 탈탈 털어 새카만 먼지를
반쯤 열린 창틈으로 폴폴 날려 보낸다
창밖 먼 산 푸릇함이
다섯 식구의 일곱 날에 가려지고
봄을 잔뜩 이고 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옷가지들
미소 가득 커피 향으로 메운다
연둣빛 등교길
이 선 둘
이른 아침 연둣빛 학교 가는 길
울퉁불퉁 자갈돌
어머니 장날 사 오신 새하얀 고무신
벗겨질까 엄지발가락 조심조심 걸음
어느새 빼꼼히 고개 내미는 새끼발가락
키다리 언니들 책보따리 그림자 아래
서너 발 모자라는 내 고무신 걸음
짧은 그림자 부지런히 쫓아간다
크레파스 준비물 잊은 둘째 언니 심부름
다시 만난 자갈길에 자꾸만 멀어지는 등굣길
옆집 누렁소 쟁기질 새참 이고 가는 모내기 들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겨울 찬 서리 파르르 떨구고
연초록 덤불 속 올망졸망 유혹하는
눈부신 하얀 찔레꽃
덥석 두 손 내밀고 빠져 버린 동요 삼매경
가녀린 등줄기 타고 내려오는 따가운 해님 회초리
헐레벌떡 곤두박질 총총걸음
땡! 땡! 지각 종소리
교실 문 마중 나오신 선생님
춤추는 동가리 뭉텅이 크레용
새끼발가락 비집고 나온 고무신
터져버린 땟국물 울음이
조각조각 운동장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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