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고
윤경선
동서네 식구가 온다고 한다
백신 맞고 널브러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 숨어있는 생선이며 돼지고기 찾아내고
텃밭 풋고추 정구지 데려오고
곁눈질로 쳐다보는 바래기 쇠비름
공밭을 괴롭혀도 용서가 되는 오늘
식탁 위 손전화가 춤을 춘다
응, 동서 어디고
칠서 휴게소 지났어요.
회 좀 떠가니까 밥만 안치세요
프라이팬 크고 작은 냄비
앞다투어 가스레인지
오르락내리락
이앙기
윤경선
첫길이라 삐뚤삐뚤
푸른 꿈 만드는 너
황금들 이루겠다는 일념 하나로
네 실수 내 실수도 해서는 안 되는
반듯한 줄이 될 때까지
비지땀을 흘린다.
쏟아지는 태양과 맞장떠야 하고
얄궂은 장대비 폭언도 견뎌내야 하느니
지난날 두레 살이 농요가
논두렁 가로질러 나가고
자박자박 노루발 찍어
푸른 꿈 심는다.
밥 정
윤경선
식당 위 올려진 매몰찬 소리
잡곡밥 주의 맴돌다 하루의 온기 빠져나간다
삐걱거리며 37년 쌓은 밥 탑
와르르 무너진다
못 살아 못 살아
밤새워 되뇌이다가
다시 밥을 안치는
새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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