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別曲 12
심성희
오도산 저녁노을에 천년의 은행나무
한잎 두잎 떨어지는 교동 삼거리
가게에 홀로 앉아
오고 가는 사람틈에
쓸쓸한 가로등 하나뿐
오늘 하루도 삶이란 무엇이었든가
올올이도 떠오르는
내 유년의 시절 생각에 잠겨
알 수 없는 눈물이 가슴으로
휘어져 흐르는듯 고독에
초라한 모습 어머님 멀리서 마주보는듯
멍든 흔적을 지우지 못해
뚝뚝 떨어지는 교동 삼거리
나는 달빛을 품고
내일의 소망 하나로
점철된 사랑의 꽃씨를 뿌려본다
===========================================
교동別曲 13
- 삶은 –
한 평생을
살아갈 것을 보면
가벼웁거나
무거웁기도 한
채워질 수 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내 측은한 삶의 모습
목마른 가슴은
고요한 숲 속의 사슴처럼
화들짝 튀어나와 먼 山을 바라본다.
잔잔한 호수
목욕하고 나온 달덩이 되어
욕망의 자유를 벗어
평화의 깃발 휘날리며
지극하고 애틋한 사랑으로
이것은 나의 삶을 위한 운명입니까?
아니면
숙명입니까?
===========================================
교동別曲 14
시련 견디고 한 획
희망 담아 또 한 획
인고의 흔적
격조 높은 문화를 누리며…
생의 찬가 부르는
오도산
자락에
팔베개한 가을이 자리를- 털고
진보라 엉겅퀴 브로치 달고
꽃치마 곱게 입고
치마끝단 살짝차며
단풍더러 함께 가자하네.
================================================
교동別曲 15
-인생의 가을-
눈부신 하늘 구름을 타고
그들과 여행을 한다.
오지랖 넓은 오도산 자락을
포근히 감싸주는 푸르름의 파노라마
공허한 마음 가다듬고
어려움 있어도 기죽지 않고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수 있게하는 계기
“공평학”이다
순서없이, 누구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며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미리 경험할 수도없는 죽음…
바로, 지금 여기에서 적극적인 삶을 수용해서
보다 의미 있게 잘 사는 것이다.
토마토가 익으면 붉어지는 것처럼
숙성되고 원숙해져서 마음 그릇이 넓어지고
온유해져 가는 것이다.
계절의 가을은 풍요롭지만
인생의 가을은 때로는
오도산 초록 내음마져 쓸쓸히 묻어오는…
티없는 쪽빛 하늘에
초저녁 별이 영롱하다.
===========================================
교동別曲 16
-사랑의 감정(感情)-
내가 살아온 일생(一生)동안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그이름
가슴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귀중(貴重)하랴!
순간순간마다
충만하게 하는 자극심
흐르는 세월속에 벗이 되게하며
지천명(知天命)에도 동심(童心)으로
아름다운 동요 부르는 심성
우리말 다듬어 시어(詩語)로 빛내는
내 사랑하는
이나라 시인(詩人)이여!
============================================
교동別曲 17
-새벽길에서-
세월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면
人生이 소중함을 새삼 아파온다.
하루의 삶이 쉽지만은 않다.
고단한 生의 연속인듯
오늘도 차가운 現實의 새벽길에
어떤일이 터질지 모르는 세상
무엇으롤 살아 숨을 쉴틈없는 나날…
고통을 잘라내고 허물 벗기에도
서글픔에 가슴이 시리다.
내 영혼은
새벽길을 걸으며
세찬 山골 바람 소리에
목이 터질듯 아우성을 먹고
온 精神에 매혹된 나는
想念에 젖어
새벽마다 발성연습을 한다.
==============================================
(문학기행)
장사도 가는 길
심성희
눈부신 봄햇살 녹색미소 상처난 피부에 새싹돋듯 동심을
깨우는듯 아기잎사귀 가득한 작은 것이 아름다운 계절!
도산면 송계마을 앞바다에 이르니 좌우로 형제도,사랑도, 상도에는
농촌에서 논,밭을 일구듯 가두리 양식장들로 가득 메우고 있다
새로운 희망을 가꾸어 배에 가득 싣고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40여분도 잠깐 장사도 해상공원 안내표가 일행을 반긴다.
눈과 마음의 즐거움, 바다와 녹색의 반란을 모두 접수해서….
나긋나긋 봄바람
느긋느긋 발걸음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가며 동백꽃을 보지못한 아쉬움은 순간 사라지고
아찔한 초록 숨막히는 듯한 연록, 걷는 길목마다 감미로운 향기가 발끝을
간질이네.
오늘은 입에도 꽃을 발라서 잠자던 감성에 눈을 뜨고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화원 장사도를 돌며 주거니 받거니 마시기에 여념이 없다.
수줍은 듯 다소곳 낮게 주저앉아 앙증맞게 핀 작은 꽃잎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구석구석 돌고돌아 높다랗게 자리잡은 장사도 분교 죽도초등학교에
이르니 분재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정집 크기의 작은 집한 채 만한 교실에는 낡은 오르간 한대와 몇 개의
의자, 유난히 눈에 뜨이는 벽낙서 두점, 수령은 알 수없으나 아주 오래된듯
분교의 수호신 같은 구실잣밤나무, 육지의 밤꽃향에 가까운 짙은 향내가 온섬을
은은하게 풍기어 처음 발을 들여 놓을때의 풋풋한 풀내음도 향긋한 꽃내음도
아닌 그 이상야릇한 향내의 은신처가 여기에 버티고 있을줄이야…..
분교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섬과섬의 간격, 선인장으로
가득채운 옥상의 유리온실을 지나 야외 공연장을 호위하듯 열두폭 병풍으로
둘러선 머리모양 조각상, 그중에 하나 책꽃이에 책을 꽂은듯 모서리 마다
동서고금 명작과 베스트셀러로 이루어진 팔만대장경도 보인다.
돌아오는 유람선 지쳐누운 사람 여유자적 수려한 한려수도에 매료되어
한산도 일주가 시(詩) 한스푼 건져내서 한국문학의 산실을 탄생시킨 통영이여!
천혜의 자연을 이불삼아 인간의 섬세한 손길이 빚어낸 장사도가 아니던가?
오~호라
동피랑에 오르니 바닷가 비탈진 언덕 오막살이 집들이 올망졸망 비집고 들어
선듯한 마을이 시와 벽화와 낙서로 담장을 장식하니 예술촌이 되었네.
석가탄신 3일 황금연휴탓인가 교통이 마비되어버린 통영시내를 겨우 빠져나와
빼어난 걸작 깃발의 발자취를 드듬으며 청마 유치환선생님의 문학관을 향해
걸어서 걸어서….
해는 서산 서산으로 늬엿니엿~.
|
 |
|
회원작품 게시판
추천
:
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