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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
정유미
*비야 비야 밤새 퍼부어라
가슴 속에 구름 걷어 가려무나
송창식의 이슬비가 지난다
참방거리며
애잔히
그랬던 그가 짐승처럼 달겨들었다
위험천만 굴러 떨어져
*바위산 너는 내가 미워도의
토사곽란
숨을 곳은 없었다
해가 너무 센 날이었어
괴수의 비수를 서슬 서릿발 물길을
빌고 비는 비나이다
빌어먹을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는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
돌아보면은 아무도
없고
없었던가
소금 한 줌을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
물렀거라
*송창식 '이슬비' , 김원중 '바위섬' , 채은옥 '빗물' 노랫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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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비 온다
어제가 온다
심장 없는 사내가
내린다
비질비질
밑동까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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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질
쭉정이
날아간다
알맹이는
남아라
검불은
날려가고
알곡만
남았다
설렁설렁
까부는 새
미움은
날아가고
위 아래
흔드는 새
수굿해진
마음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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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리
우리집 화장실에는 시가 있다
읍내 김숙희 시인 '취적산 가는 길'
문림리 박태일 시인 '가을 악견산'
제내마을 손국복 시인 '강에 누워'
있다
누군 화장실에 시를 둔다
뭐라지만
그제서야 뜨는 별
그제서야 돋는 눈물
그제서야 듣는 아리아 아
훗날 내가 시집을 내면 말해야지
"화장실에 둬"
시 하나에 음
똥 누다 말고
물 내려 주는 저
저 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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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
흠칫했다
쪼그려 앉아 째려 보았다
마지막으로 방바닥에 얼굴을 붙였다
공벌레 같기도 풍뎅이 같기도
쥐며느리 같기도
잔뜩 구부린 것이
수수알만 한 것이
슬쩍 건드리니
털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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