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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원고(김현숙)
추천 :
160
이름 :
김현숙
작성일 :
2017-09-15 12:46:55
조회수 :
1,086
치매
김현숙
나이와 고향을 물어도
이름도 생각나질 않습니다
말라버린 젖을 큰 애 물리고
술 취해 돌아온 사내에게 물리고
몸살 난 기억을 매만져보아도
왜 그런지 생각나질 않습니다
해지면 서러운 손
끊어질 듯한, 하늘
붉은 울음 속으로
엄마는
자신을 잊었습니다.
유달산 동백
김현숙
바람 부는 날
아무도 모르게 목포에 가고 싶다
가슴 훤히 드러내고
뜨겁게 애무하며 젖어드는
바다의 신음소리
몰래 숨어 듣고 싶다
흥건히 젖어오는 비릿한 향기
숨어보던 동백이 신음하며
끙끙 앓는
질퍽한 사랑이야기 들으러
유달산에 오르고 싶다.
아버지
김현숙
파도가 높은 며칠
맨소래담, 물파스
나란히 앉아
줄담배를 피웠다
밥상머리 걸려온
큰아들 전화
“아버지 삼백만원만 해주세요.”
알약 한 수저
입 안이 미어지도록
밥그릇이 외면당했다
노랗게 살 오른
달 잡으러 나간 아버지
그림자를 흔드는 새벽
빈 배가 반짝인다.
박경리 추모공원에서
김현숙
이름도 떠나간 날도
새김 없는 작은 봉분
하동도 원주도 아닌
한산도 앞바다 그리다 잠든
여든 웃음 하얀 동백
앞산 가득
자욱한 담배연기
꽃상여 떠나던 날
통영사람
모두 나와 울었다지
하늘도 오늘처럼.
염전
김현숙
시간을 가둔 외딴섬
태양의 채찍질
불나비 춤춘다
신맛 단맛
짠맛 없는
소금 꽃이 쓰러졌다
소금밭에 내려앉아
불나비
절은 날개 짓.
파일 :
25호_김현숙(시5).hwp (25.5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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