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리영성
내가 먼저 그의 이름 부른 줄 알았는데
님이 먼저 찾아 오셔 내 마음 문 두드린 걸
고해(苦海)도 축복인 것을 깨달으니, 늙었네
세한도(歲寒圖)
/리영성
내가 왜 술에 취해 이 강가에 서 있는가?
독수리 등허리에 까마귀가 잠을 잔 밤
솔가지 짓누른 눈가루 바람 속에 흩 날리네
얼어붙은 모래톱에 겨울 햇살 비치는데
강 건너 산기슭에 이마 닳은 무덤 하나
올해는 뉘가 오려나 상석(床石) 쪼는 꿩 한 마리
-농파, 리영성, 1967년 <시조문학> 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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