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
윤경선
칠천만원 짜리 트랙터
삼천오백만원 이양기
묵묵히 들일 한다는 이유로
길 모퉁이 세워 놓고
비 바람 흙먼지를 맞힌다
곁모슴만 번지르한
중고로 들어 온
이천만원 짜리 애마
짐시 외출 갔다 왔을 뿐인데
보드라운 수건으로
애무하듯 닦아주며
아늑한 방에 잠을 재운다.
봄비
윤경선
겨울 잠에서 막 깨어난
새싹들 말갛게
세수하고 소풍을 간다
적막한 긴 밤 견디며
골다골증에 걸린 나무
링거 한 병 걸어주고
감기 걸린 종달새
봄비 한 모금으로
목청 헹구고 소나무 가지
무대삼아 시낭송을한다.
감기
윤경선
봄인가 겨울인가
계산하는 틈 사이
비집고 들어와
같이 밥먹고 일하고
같이 자자고 한다
너로 인하여
목젖이 타들어가고
열꽃이 피기도 하였지
잠시 지나가는
유행인가 했는데
혹독한 가슴 앓이 할 줄
너로 인하여
밤 잠을 설쳤고
숨이 멎을듯 헉헉거리다
말문이 닫혀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첫 사랑 이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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