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직은 틔우지 마라
그 고운 눈을
행여라도 너까지
바이러스로 오염될라
환호성 사라진
쓸쓸한 행락길에
슬픈 표정으로 반길
너의 고운 얼굴
애처로워 어찌 볼라고
족쇄 채워진
만남의 길
막혀버린 지 오래
예초
날 세워 돌아가는
예초기 날
살아날 놈 없다
순식간 훤해지지만
방심은 금물
아랑곳 않는 잡초들
발뒤꿈치 쳐들고
조롱하듯 다시
키를 한껏 키운다
예초기와 잡초 싸움은
잡초의
백전백승
하현달
이 전까지 보던
모습은 아닌 듯하네요
같은 마을 관옥이와
밤새도록
당신 따라 거닐었었는데
내가 늙어가듯
당신도 몰라보게
수척해졌네요
건망증이 심한 난
당신 이름도 헷갈립니다
상현인지, 하현인지
내가 관옥일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듯
당신은 너무나
나를 닮은 듯합니다.
내일 만나자는
약속일랑 제발 맙시다
오늘 밤 지나면
당신이 모습 감추듯
나 또한
사라질지도 모르잖아요.
포장마차
진수성찬 필요 없다
닭똥집, 돼지껍데기
피순대 한 접시로
인생 파노라마 엮는
가설무대
가진 자는 맛보지 못할
웃슬픈 뒤켠의 이야기
혼미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채이고 밟힌 자들의 넋두리가
술잔 속에 처박힌다.
모두가 떠나버린 후에도
혼자만의 응어리가
자정 너머
새벽까지 이어지는
일상이 된 살풍경.
텃밭 가꾸기
힘들어하지 마라
한 땀 한 땀 수놓듯
정성 아니면
식물은 오간 데 없고
잡초들만 활개친다
물을 주는 것보다
땀 한 방울이 더 소중하고
풀을 뽑는 것보다
발길 한 번이 최선이다
식물도
사람 발소리 들으며 자란단다
기다리다가
발소리 뜸하면
잡초들만 쑥쑥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라나게 하라
관심보다
더 좋은 거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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