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정에 핀 할미꽃
윤경선
바쁜 가을걷이 시작되면
서로 우리 일 좀해주이소
콩타작 하고 마늘 심어 주이소
품앗이 갚으로 오이소
이집저집 양파 심어 달라고
챙탈전이 벌어지곤 하였죠
청덕 일대 안밟은 논두렁 없고
땅만 허비다 등 굽은 할미꽃
세월앞에 장사 없는기라
이제는 욕심도 미움도 가을 볕에 말리고
육각정에 피어 바쁘게 지나가는 트랙터
무심히 바라보며 마을을 지킨다
내차로 전국노래자랑 구경 가입시더
아이구야 땅을 물고 남세스러워 가겠나
괜잖아예 가입시더
못 이기는척 따라 나서는 성태 할미꽃.
2편 너의 엄마 될수 있을까
윤경선
쓰례기통 엎어 놓고
마당 여기저기 똥 싸고 밉상 덩어리
앙칼진 목소리 날카로운 발톱세워
오래전 수돗가 제사 쓸 생선
너의 종족 한태 빼긴 후 너의 종족과는
인연을 끝고 살았다
가을 걷이 한창 바쁜 10월
축사 짚푸라기 속에서
아기고양이 울음 소리
어미가 와서 젖주겠지
들일 마치고 집애 와 보니
그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어미가 젖주고 어디 나갔나
간 밤에 내 귀가 축사 쪽으로 쏠리고
일찍 내려가보니 벌벌 떠고 탈진 상태였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못먹은 것 같았다
방으로 데려가 따뜻한 미음 먹이고
영양제 사다 먹이고 품에 안아 주었다
3일을 기다려도 어미는 나타나지 안았다
유튜브로 너의 관한 공부도 하고
보살퍼 주었다
남편은 이 바쁜 시국에 니가 싫어하는
고양이 새끼는 방에 데리고 와서 뭐하는기고
우짜는교 원수의 새끼라도
생명은 살리고 봐야제 야가 뭔죄가 있나.
3편 아카시아 꽃
윤경선
오지랖이 넓은 넌
미루골 산등성 돌아
마을까지 내려 왔어 집집마다
달달한 오월 펴다 나르고
덤으로 주는 하얀 향기
가시 돋친 젊은 날들
푸른 잎에 덮어 놓고
벌떼들 불려 모아
찬치 열어 주는 넌 오월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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