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랏빛, 그 꽃
김숙희
뿌리 깊게 묻고
수액 퍼 올리는 은밀한 삶
링거 퍼런 멍울 대신 보랏빛 꽃이 되었다.
뒤틀린 등 더듬어 물어보았다
괜찮아
응, 피고 있어
2. 습기 말리는 날
김숙희
구름이 간다.
풀숲에서 일어난 눅눅한 바람
가랑이 벌리고 누운
여자의 간, 심장을 들락 거렸다.
더 크게 벌린 가랑이가
따습다고 하품하는 숨길 사이로
참나무 널빤지에 누운 등뼈 속 습기들이
아른아른 일어나
서쪽 하늘 오르는 성불의 시간
3. 복숭아꽃
김숙희
저 핏줄 좀 봐
무당바우 틈 사이 발끝 세운
휘어 감아올린 실바람 하늘거림으로
소리 없이 피는
저만치 비켜서서 욕계 한 바퀴
한 잎 한 잎 뿌린다. 성불 하소서
4. 달 놀이
김숙희
가출이다.
동서남북 색깔들이 난분분 슬리퍼 끌며 온다.
술렁이는 평사리 공원
인불들은
봉두난발 회오리바람 껴안으며
불 지피는 냉한 속
울대 얼얼한 목에다 여우털 감아주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허공 어디쯤 쏘아 올린 낭랑한 사랑
그대 찻잔에 풀어 놓으리
*김용택 시인의 시
5. 매화
김숙희
툭!
양수 터지는 소리
봄 마중물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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