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합천지부 - 합천문학회
처음으로 합천문학회 소개 문학회원 작품소개 합천포토앨범 자유롭게 글 남기기 백일장 관련자료 방문기록을 남겨주세요

아이디:    비밀번호:    자동        




회원작품 게시판 회원작품 게시판전체보기
전체보기 (1157) 시 (797) 소설 (26) 수필 (170) 시조 (104)
합천문학30호_권길홍
추천 : 4 이름 : 박황규 작성일 : 2022-10-28 17:20:31 조회수 : 42

   합천문협 문학기행(청마 유치환과 거제의 매미성)
                              권 길 홍
                    
오늘은 거제에 있는 청마 유치환 선생의 문학관과 매미성, 맹종죽테마공원을 거쳐 남파랑길을 둘러보는 1일 문학기행을 하는 날이다.
우리 일행들은 학생들처럼 즐거운 소풍 가듯 마음은 조금 들뜬 상태였지만, 평소의 무료한 시간이나 떼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에서 본전은 건지리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 여행이었다.

합천에서 삼가를 지나 진주에서 우리 일행 둘을 태우고, 또 통영을 지나 거제의 둔덕면 방하리에 있는 청마생가와 청마기념관을 찾았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 흔한 여행의 하나일 뿐일 거라고, 문학기행을 간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대단한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따라나섰다고 말하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떠난 길이었다! 숱하게 스쳐 지나가는 날들에 떠나는 문학기행이라고 쉽게 마음 편히 생각하며 나섰던 여행에서 내 흐릿하고 까마득히 멀어진 과거가 되살아나고 내일을 바라볼 수 없었던 희미한 내 젊은 시절이 되살아날 줄이야!

  청마 유치환 선생의 문학관에서 선배 문인들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문학관 관람을 시작했다. 이 문학기행에서 청마선생의 시 몇 편이 처연한 심정으로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사회의 가난했고 아파했던 과거가, 그리고 내 암울했던 청춘이 있었고 어쩌지 못해 절망했던 내 젊은 시절이 되살아났다면!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 시 한 편에 왜 우리 6,70년대의 못살았고 희망이 없었던 절망적인 우리나라가 보였다면, 나만 바보인가? 그 쓰린 과거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질 못한 꾀제제한 나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꿈틀대고 있다는 말인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꿈쩍도 않는데”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 선생에겐 님께서 꼼짝 않고 다가오지 않는 그 애련의 사실에 아파하셨지만 그 당시의 내겐 우리 사회의 모든 게 그랬다. 박정희를 향해 매판자본과 결탁한 사람이니 우리 경제를 살리려 구걸하다시피 빌려온 차관은 그 자신의 축제에 다 빼돌렸기에 우리나라가 못살게 되었다고 그때의 젊은 언론사 기자들 말에 쉽게 공감하며 악의 화신으로 단정했던 나, 그래서 나에게 밀어닥친 가난까지도 그와 연결하며 저주하다시피 억울하게 생각했다. 내 미래까지도 옴짝달싹 못하게 막았던 그 암담했던 실상이 마음에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었던 시절의 유치환 시인의 “님처럼 모든 게 꼼짝달싹할 수 없었던” 처연한 시절이었다.    이리 생각하면서 그 수수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내 마음속에 화려한 여행의 편린들은 아직 귀한 젊음의 추억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회상하게 해주어 마음 가득 뿌듯함으로 남아있다.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회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이 시 한 편에서도 또 쪼들리고 흐트러진 내 젊음을 꺼집어낸다. 내 하루의 일상을 견디기 위해 몸부림친 과거를 이겨내려 읊었던 시! 6,70년대의 암울했던 시절에 희망은 스러지고 절망만 가득했던 우리들의 미래를 견뎌내야 한다는 각오로 받아들인 문학의 한 구절! 아니다. 작가는 찰나의 인생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담아내기 위해 시를 읊조렸겠지만 내게 비친 시의 구절은 내 이지러진 인생에 대한 각오였고 서글픈 미래에 대한 바위와 같은 단단함으로 돌아왔다. 그래! 바위처럼 단단히 살아보리라, 바위처럼 어떤 풍파에도 견뎌보리라 다짐하며 읊조렸던 시!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건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내 꿈은 어디 숨었느냐? 앙상한 가지에 차디차게 불어오던 바람처럼 내 젊음에 아무도 관심 기울여 주지 않았던 내 미래를 향한 찬란한 의지는 어디로 숨었느냐? 내 젊음이 살아있는 한 항상 나를 흔들어대는 바람이 불고 나를 울게 해도 그리운 얼굴을 찾으리라, 숨어있는 내 꿈을 찾으리라 목말라 하며 어쩌면 영원히 찾지 못하리라 절망했던 시절! 비록 유치했고 허망했던 꿈이었지만 그 꿈마저도 사라지게 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맥없이 주저앉았던 내 청춘을 청마는 일깨워주었다.
청마를 읽으며 내 구겨진 인생을 바로 세우고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암담했던 이 시절이 늙어가는 70대 중반의 나이에 그리도 그리울 줄이야!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폈던 그 시절이 이리도 시퍼렇게 살아있었을 줄이야, 오랫만에 정말 내 청춘의 추억을 더듬으며 마음으로 고마워했다. 너무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같은 여행! 초등학생들의 소풍처럼 즐겁게 아무 생각도 않고 편하게 다녀오리라는 여행에서 내 젊음이 묻어나오다니, 세상에! 시 한 구절에 내 젊음이 살아있고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나오다니! 합천에서 거제까지 오며 내 눈앞에 다가왔다 저 멀리 뒤로 묻혀서 사라졌던 그 아름다운 풍경처럼 이젠 내 인생의 과거라는 뒤안길로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그 아팠던 꿈과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있을 줄이야, 이젠 잊혀졌고 내 과거의 추억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한 날들이, 그 철벽같은 과거로 사라졌다고 생각한 내 젊은 시절이 시 한편으로 다시 돌아오다니, 갑자기 내 마음이 바빠진다. 깃발이라는 시 한 편에서 도서관에 쪼그리고 앉아 정비석 선생의 산정무한이나 또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낭송했던 내 젊음을 불러내고 허공속에 이념의 푯대로 깃발을 달 줄 알았던 이 시인처럼 감격하며 시를 배웠던 그 시절이 이리도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문학이란 이런 건가 보다. 단 몇 줄의 시가 한 인간의 추억을 고스란히 불러오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거!
  매미성으로 간다. 지금은 작업중이니 말 걸지 말라는 표찰까지 세워놓고 작업에 몰두하시는 분! 오히려 아름다운 바다보다도 귀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허긴 이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을까라고, 혼자서 되내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중세 유럽의 성같기도 하고, 어느 돌로 만든 별장처럼  아니 성처럼 제법 멋도 내면서 열심히 다듬는다. 바닷가에 있던 매미 태풍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허물어진 논과 밭을 오로지 소유주가 발상의 전환을 했는지 자신의 집념으로 다시 만든 성! 매미라는 태풍이 만든 성이 아니라 한 인간의 집념이 만들어 내고있는 성! 바로 이어서 맹종죽 테마파크로 간다. 그 흔한 대나무 숲으로 멋진 관광상품을 만들어 놓은 걸 보면서 또 한 번 이 나라의 존재를 고마워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보고 놀면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나라!
조선의 역사를 통털어 배불리 먹이지도 못했지만 그 일에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양반인 조선의 사대부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비겁한 말로 책임회피까지 한 당시의 지배계급들!
그러나 조금씩 우리의 위정자나 공무원들의 사고도 바뀌어 간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리라 다짐하는 듯! 대나무 숲으로 관광상품을 만들고, 구경꾼들을 불러 모으려고 애쓰는 나라! 이런 작은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신 내 선대의 어른들께 갑자기 미안해지는 날이다.  오늘의 여행에서 남파랑길은 가지 말고 잘 알려진 곳도 아니니 돌아갈 거라는 우리 모두의 생각을 물리치고 진짜 악착같이 기사를 설득하고 인도하여 찾아간 건 오로지 우리의 위대한 가이드(?) 덕분으로 그 아름다운 길을 끝까지 산책한다. 툭 트인 해안의 바닷가 길을 우리 모두가 즐기면서 걸었던 길이었다. 이 멋진 길을 찾기 귀찮다고 돌아갔으면 아까워서 어쩔 뻔했을까. 바다 위의 그 길에서 우리 모두는 다시 <칼치가 천원!>이라는 상인의 말을 <같이 가! 처자!>라는 말로 잘못 듣고는 우리의 예쁜 아지매 한 사람이 밤새 가슴이 뛸 정도로 흥분했고 마음이 설랬다나 어쨌다나! 우리 모두는 박정대소하며 다 함께 <같이 가! 처자!>라고 구호처럼 외우고 평소의 구겨지고 쪼들린 긴장에서 풀어진다. 춤의 가락 비슷한 풍악 하나 흐르지 않는 그 광활한 바다가에서 파도소리를 장단 삼아 고고춤과 차차차 춤을 추고, 부를 줄 모르는 노래를 찾아 흥을 부르고, 우린 참 아무도 모르게 의식하지 않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모두가 흥겨웁게 놀았다.
아무 기대하지 않고 떠난 여행에 시 몇편으로 내 아팠던 과거가 떠오르며 여유로운 지금의 시절과 비교하면서 즐거웠고 또 일행들과 주고받는 말 몇 마디에 흥겨움을 찾아낸다. 간단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여행에서 우리 합천문학회 일행 모두는 즐거움에 청마의 문학까지 한마음 가득 끌어안고 돌아왔다. 이번 문학기행은 매미성과 아름다운 바닷가를 둘러보며 또 흔한 대나무 숲에서 사색하는 나 자신의 과거를 찾아낸 여행이었고 회원 모두의 흥을 일깨운 여행이었다.  





파일 : 오늘은_거제의_청마_유치환_선생의_문학관과_매미성.hwp (59.1 KB), Download : 3
회원작품 게시판 회원작품 게시판전체보기
전체보기 (1157) 시 (797) 소설 (26) 수필 (170) 시조 (104)
Category 1157.   197
번호 카테고리 제목 작성자 날짜 추천 조회
1157 수필  백일장 심사평(종합) 손국복 2022-11-01 6 55
1156  운문 심사평 이동배 이동배 2022-10-28 4 43
1155 수필  합천문학30호_임장섭 박황규 2022-10-28 5 38
수필  합천문학30호_권길홍 박황규 2022-10-28 4 42
1153  합천문학30호_시3편_김옥란2 박황규 2022-10-27 6 38
1152  합천문학 30호(송영화 작품 2편) 정유미 2022-10-26 5 40
1151  30호 원고 김숙( 수정 31일) 김숙희 2022-10-26 5 42
1150  백일장 심사평 손국복 2022-10-26 5 38
1149  30호 원고 (이홍래) 이홍래 2022-10-25 7 49
1148 시조  이동배 2022 원고 이동배 2022-10-24 4 42
1147  심성희 특집 원고 이동배 2022-10-24 5 49
1146  심성희 특집 서평 이동배 2022-10-24 5 36
1 [2][3][4][5]..[97]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