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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홍_수필2편 (1나도 절필 선언을 해 볼까 2.너무 많아 생기는 어려움(음식물 쓰레기)
추천 : 186 이름 : 박황규 작성일 : 2023-10-10 14:11:19 조회수 : 309
             나도 절필 선언을 해 볼까
                                       권 길 홍
  오래 전 일이다. 어느 노작가가 주변의 친구들과 문우들에게 자기는 나이도 들고 예전처럼 글이 써지지 않으니 이제부터 글을 쓰지 않고 책도 내지 않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 얘기가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아쉬워하거나, 그 노작가의 애독자들이 다시 글을 쓰시라고 권하기도 하고 애석해하며 주고받는 말들을 들으면서 우리 인간사의 자그마한 단면을 들여다 볼 수가 있었다.
  이런 뉴스에 접할 때만 해도 나는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깊이 있게는 몰랐고, 글을 잘 쓰기 위해 마음을 쥐어짜듯 괴로워하는 작가의 마음에도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이 하는 일을 그만두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어 이때까지 계속해 오던 자신의 일을 안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알린다든가 타인의 관심을 받으면서 자신의 직업을 떠나는 과정이 좋게 보였고 멋있어 보였다.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노작가의 다른 이면으로 글 쓰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기가 평생 몸담았던 글 쓰는 일을 떠나려 결심을 한 건 내 사고범위에서 벗어나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젊을 때 다니던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해 힘들거나, 윗사람과 부딪치고 내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냥 내팽개치듯 사표를 던지고 사직하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히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을 그만둔다는 건 달리 보면 숨기고 싶을 정도로 순전히 개인의 일이었으니, 직장을 그만두는 방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 우리 모두가 절필 선언하듯 자신의 일을 공개적으로 안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나도 남에게 거창하게 떠벌리면서 사직을 한다면 재미있겠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였었다.
  이 노작가가 자신의 일을 그만둔다고 선언할 때의 심정을 전혀 몰랐던 건 아니다.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들었으면 그 일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렸을까.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면 계속 밀려드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기도 민망하니 이런 방법으로 말을 했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동정을 보내면서 조그만 공감을 하긴 했었다.
  이 일이 요즘 내게 부딪쳐온다. 이름도 없는 문학지나 문학 단체에서 또 신문사에서 원고를 보내 달라고 하면 불과 얼마 전까지는 좋아서 마음이 붕붕 떠다니듯 기분이 좋았다. 아! 나 같은 사람도 알아주는 곳이 있구나 하며 마음으로 고마워하면서 조금은 우쭐댔지만 어느새 글을 쓴다는 일에 한계가 왔는지 소재도 빈곤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과 비교하게 되면서 내가 글을 쓴다는 일이 좋게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내가 쓴 글은 단순한 내 성격에 맞추어 너무 초라하고 글도 마구 써내려 간 듯 앞뒤도 안 맞는 것 같다. 게으른 내 버릇이 글 쓰는 일에도 표출되어 세부묘사나 상황묘사를 잘 안 하고 쉽게 쓰지만 글을 쓴다는 일이 힘들어서 하기 싫다고 불쑥 입에 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때 내 마음 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 “너, 얼마나 글을 썼는데,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거 모양 엄살을 떨고 있네”라는 질책의 소리까지 나를 조롱하듯 짓누른다. 또 발이 차서 시려 올 만큼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끊임없이 읽으며 계속 수정에 수정,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다 잠이 들면 꿈속에서도 그 글이 날아다니며 아롱거려 깊은 잠을 방해할 정도다. 그러나 대가들이나 노작가들이 전심전력을 다한 글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찮은 글이라 그런 글 쓰면서  주제넘고 부끄럽지만 힘들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공개적으로 절필 선언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간이 스쳐지나간다. 글을 쓴다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나 자신이 공개적으로 선언하듯 글을 쓰는 일을 그만둔다고 말했다면 정말 아무도 관심 쓰지 않을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웃을 거라 나 혼자 고소해 하며 생각한다. “니가 뭔데“라고 하거나 ”지 주제도 모르면서 무슨 대단한 글이라도 썼던 것처럼 행동한다“고, 또 ”되도 않게 벌써부터 숨고 달아날 궁리나 하고!“
  드러내놓고 면박을 주는 사람들이야 없겠지만 이런 핀잔을 들을 거라 짐작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보고 장난스레 웃는다. 정말 너 자신을 제대로 보라고, 무슨 글을 썼고 뭘 했는데.
  이 일이 우스운 건 거의 십년 전부터 짬짬이 내 기억의 범주에서 끄집어내어 재미로는 글을 써왔지만 문단에 등단한 지는 몇 해도 되지 않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하듯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던 사람이 힘들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뱉어낸다. 불과 얼마 전에 등단한 사람이라 공개적인 글은 몇 편 밖에 안 되는 주제에 무슨 대단한 글을 쓴 사람처럼, 내가 생각해도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정말 글을 쓴다는 일은 힘들다. 나처럼 문단의 신입생이 이리 힘들면 오랜 시간을 버틴 분들이나 수십 년을 글쓰기에 전념한 분들은 어땠을까, 진심으로 존경의 맘을 금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안 되려면 미리 절필 선언하며 편히 살아야 될 거 아닐까. 뭐 하러 이리 힘들게 사나. 그냥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편히 살면 되지, 왜 그리도 아등바등 글을 쓰네 하며 그 모자란 머리를 혹사시키고 있나, 이런 소리까지 귓가에 맴돌면 아예 절필 선언이고 뭐고 떠들지 말고 조용히 사라지면 되는 거 아닐까? 비겁하지만.
  내가 절필 선언을 언젠가는 하게 될 때가 있으리라. 그 때는 정말 일가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다 모셔놓고 거창하게 할 거라고 작정한다. 그리고 지방의 유지나 내가 소속한 모임이나 우리 월남참전자회의 동료 회원들을 모시고 제법 뽄때 있게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왜 나는 대단한 글을 썼을 거고 세월이 가면 나 자신은 대단한 글쟁이로 살았을 거라고 지레 허풍을 치듯 다짐을 했으니 제법 글을 잘 썼으리라. 이런 만화 같은 얘기도 많은 글을 쓴 후에야 할 수 있을 건데 요즘처럼 책상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쫄아들고 주눅이 들면 글쓰기는 저리가라 밀려나고 마음만 조급해진다.
  그럼 언제 절필 선언을 하지? 제대로 된 글도 쓴 게 없으면서!  
너무 많아 생기는 어려움(음식물 쓰레기)
                        권 길 홍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는 모든 게 너무 풍부하고 흘러넘칠 정도로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풍부한 일로 가끔씩 마음이 쓰릴 정도로 괴로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 어떻게 생각되시는지.
  6,70대의 우리 세대는 지난 시절인 60년대의 모든 게 모자라고 부족한 걸 견디며 사느라고 고생이 많았던 사람들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먹을 게 없어 내일,모래를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오늘 저녁을 어떻게 때우고 연속적으로 밀려드는 하루 세끼의 먹을 것에 대한 끼니걱정 하느라 항상 힘들었다. 참 지금 생각해도 그 부족한 가운데서 어찌 살아냈을까?
  그래서 그런지 나를 보고 그 귀한 젊음을 주면서 청춘의 시절로 보내준다면 한편으로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 어려운 시절을 다시 어찌 견디고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내 중학교 이후의 생활은 모자람과 부족함에 쥐어짜듯 내 삶을 버텨내야 했으니,

  그런데 그 혹독한 시절을 견뎌본 반작용으로 너무 많고 풍부해도 견디기가 어렵다. 모든 게 알맞고 적절히 공급되거나 우리가 수용할 정도가 되어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는데 생활에 쓰이는 모든 물자가 너무 많아서 마구 버려지는 걸 매일 마주한다는 일도 견디기 어렵다.
물 몇모금 담아서 마시고 나면 통째로 버리는 페트병 하며, 숱하게 버려지는 화장지와 물수건, 포장지니 집안의 생활용품들, 저렇게 내버리듯 안 버리고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중에서도 음식물이 버려지는 걸 보는 내 마음은 너무 안타깝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다고 버리고, 먹다 남은 음식이라 버리고 냉장고에 오래 있었다고 버리고, 정말 너무 잘 버리는데 과연 이런 음식이 모자라고 부족했다면 버릴 수 있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안의 젊은 처자들이나 며느리들이 쌀을 씻거나 설거지를 하며 쌀 한 톨, 밥 티 한 알이라도 집 밖을 나가면 꾸지람을 들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궁중에서 세자빈을 간택할 때 여러 가지 문제를 주고 그 대답에 따라 간택이 되고 안 되고 결정을 했는데 여러 질문이나 문제 가운데 밥을 먹게 하는 순서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밥을 다 먹은 그릇에 물을 부어 먹거나 밥을 말아 먹는 양갓집 규수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든가?
절에서도 스님들이 식사하고 난 후에 그 그릇에 물을 부어 마시는 게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음식을 절약하는 습관을 부지불식간에 주지시킨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인데,
또 다른 얘기이지만 이 나라의 남자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영장을 받고 입대를 하면 거의 3년을 의무적으로 군인으로 지내게 된다. 훈련소에서부터 밥을 배급하듯 식판에 밥을 퍼주는데 정말 한숫가락이라도 더 먹을려고 배식하는 사병에게 염치도 체면도 다 잊어버리고 매달렸던 걸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밥 몇숟가락을 그리도 귀하게 생각하도록 버릇처럼 살았다.
(이건 전혀 반대의 얘기지만 우리가 얼마나 못먹고 살았는가를 거꾸로 나타내주는 얘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이런 생활에 익숙했던 내가 월남에 참전하게 되었는데 전쟁터에서 땀흘리며  훈련하고 고달팠던 건 별로 기억에 남아있질 않지만 처음으로 배식을 받은 식사의 내용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한다. 베이컨에, 소시지, 계란스크렘블과 소고기햄이 반찬으로 나왔던 걸 지금도 또렷이 남아있다. 또 밥 먹은 후에 우유와 후식으로 나온 사과니 귤 한 개! 세상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았던 이 백성에게 후식이라니, 그 풍부했던 음식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햄이니 소시지가 식탁에 놓여졌다고 감탄하거나 잘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만큼 너무 잘먹고 잘살고 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세상에! 음식물이 쓰레기로 명명이 될 정도로 이젠 음식물을 버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고 게다가 먹는 음식물이 쓰레기라는 이름을 붙여져 버려지는 사회에 우린 살고 있다.

  음식물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해도 이런 정신자세가 옳은가 하는 문제는 우리 생활이나 사고의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먹을 수 있는 걸 함부로 버리거나 그 음식을 버림으로 인해 발생 되는 비위생적이고 불결해지는 문제는 냉장고니 저장하는 시설이 없을 때라면 몰라도 요즘처럼 집집마다 냉장고가 잘 갖추어진 집에서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어 마구 버려진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정말 각 가정의 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을 어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여 현명하게 처리할 수 없었을까? 비닐이나 플라스틱과 달리 이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 우리 사회가 비위생적이거나 불결해지고 냄새나는 건 다른 쓰레기의 배출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더 크게 보아야 할 게 아직도 우리 주변에 배곯고 한 끼의 밥에 목말라 하는 사람도 있고, 저 먼 아프리카에는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기아에서 헤매는 아동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직도 이리 못 먹어서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우리 서로 힘을 모아 돕자고 하는 얘기가 방송에서 연일 보도가 되는데 음식물이 버려도 좋은 쓰레기라는 말이 나와도 좋은가?

그런데 우리 부모님께서 50년대에 부산의 변두리 지역에서 지물포니 철물점을 꾸려서 살 때는 우리집도 제법 여유롭게 살았지만 단 한 번의 실패로 생활 자체가 곤두박질치듯 쫓기고 살았다. 이때는 살아가면서 모든 게 부족하고 모자라 항상 허리띠를 졸라메고 악착같이 살아봐서 그런지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반작용으로 좋은 점도 있다.
요즘은 너무 많고 흔하고 풍부한 시절이라 사람들이 만족을 모르고 조그만 불공평에도 화를 내고 우리 사회를 비난하고 불평하고 못 견뎌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반대로 우리 시절에는 부족한 가운데 살아서인지 작은 일에도 만족하고 고마워한다. 별 것 아니지만 국수나 라면 한그릇을 맛잇게 먹을 줄도 알고, 책 한 권 들고 혼자 읽는 작은 여유에도 고마워한다. 쌀 한톨에도 고마워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나 자신을 남들은 인색하다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사는 게 습관처럼 살아온 걸 어쩌나. 그래서 요즘의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행복도가 높은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을 남들은 초라하다거나 다르게 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소극적이거나 꾀죄죄하다고 나를 좋지 않게 볼 수도 있겠지만 또 주어진 여건에서 쉽게 만족하는 버릇으로 체념을 쉽게 한다는 약점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만족하길 잘해서 나 자신이 생각해도 나의 행복도가 분명 다른 사람보다는 높으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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