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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신]수평적 시각의 시 임보
추천 : 502 이름 : 송영화 작성일 : 2011-04-12 09:00:42 조회수 : 2,133
[제51신]

수평적 시각의 시


로메다 님,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다' 더니 바로 그런 날씨군요.
남도에는 산수유와 매화꽃이 피고 있다는 화신이 있지만
서울 우이동(牛耳洞) 운수재(韻壽齋) 뜰의 매화는 여린 꽃망울을 움켜쥐고 있을 뿐,
봄비를 맞더니 이제 겨우 몇 개의 꽃망울을 열어 보이는군요.

로메다 님,
우리는 피어나는 꽃이나 혹은 자연의 풍광을 망연히 바라다볼 때가 자주 있습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수평적 시각이란
주체(관찰자)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의지를 배제하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려는 자세입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세계[대상]를 관조하고 완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 즉물적(卽物的) 자세(=즉물시)

대상이 주체의 밖에 존재하는 사물일 경우입니다.
대상을 욕망 실현의 목적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담히 포착하여 제시하는 태도입니다.
소위 사물시(事物詩)라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사물 자체의 절대적 가치를 존중하려는 것입니다.


         [예시6]  
         흰달빛
         紫霞門(자하문)

         달안개
         물소리

         大雄殿(대웅전)
         큰보살

         바람소리
         물소리

         泛影樓(범영루)
         뜬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紫霞門(자하문)

         바람소리
         물소리
               ―박목월「佛國寺(불국사)」전문


달밤의 불국사 정경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상을 세속적 가치관에 의해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서술자의 개인적인 감정도 극도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마치 담담한 한 폭의 풍경화를 대한 듯합니다.
이처럼 어떠한 목적 의식도 없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여 제시한 작품을 즉물시라고 합니다.

나) 즉심적(卽心的) 자세(=즉심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주체의 내면 세계인 경우입니다.
주체의 심리 상태를 객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적 화자의 심층심리를 그대로 포착하여 표출합니다.
초현실주의에서 시의 기법으로 제시한 소위 '자동기술법'에 의해 생산된 작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시7]  
         沙漠의
         눈
         하얀 갈밭 사이
         나비 등을 넘는
         구름의
         숨
         내음
         물숲에
         눈빛 子午線을 타고 오는 故鄕
         눈 없는
         싸이렌 소리 잔주름 말라리아
         바다의 숲
         반달 으깨지는 어머니
         문 속에
         壁 없는 방
         까만 먹물 숨 막히는 아침
         발가락에 찌걱거린다.
                       ―송상욱「故鄕」전문


[예시7]은 어떠한 논리적 질서에도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지와 이미지들 사이에 어떠한 인접성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질서한 상념(이미지)들을 그대로 배열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혼돈한 내면 세계를 그대로 기사(記寫)한 작품을 앞의 즉물시에 상대적으로 즉심시라고 명명해 봅니다.

다) 유희적(遊戱的) 자세(=무의미의 시)

유희적 자세는 시 행위를 궁극적으로 말장난―언어의 유희로 보려는 경향입니다.
이러한 작품은 유희 이외의 어떠한 목적 의식도 배제하려고 합니다.
지상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깨뜨리어 관습적 의미를 제거함으로써 낯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대상의 형태를 파괴하거나 대상들간의 관습적 관계를 뭉개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뒤엎고 논리를 초월하여 절대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주체의 의도가 작용하기는 하지만 지상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어떤 목적 의식도 없습니다.
소위 무의미의 시, 절대시, 비대상시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시8]  
         구름 발바닥을 보여다오.
         풀 발바닥을 보여다오.
         그대가 바람이라면
         보여다오.
         별 겨드랑이를 보여다오.
         별 겨드랑이의 햐얀 눈을 보여다오.
                   ―김춘수 「들리는 소리 2」부분


현실적으로 우리가 접해온 지상적 상황이 아닙니다.
구름과 풀에 발바닥을 붙이고, 별에 겨드랑이를 부여해서 대상을 괴기스럽게 우그러뜨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낯선 사물들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도 일상적 논리에 의해 접속되기를 거부합니다.
절대 유일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입니다.

로메다 님,
오늘의 얘기도 좀 골치 아픈 내용이지요?
머리를 들어 먼 산을 보십시오.
이제 봄비를 맞았으니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것입니다.
욕심만 버리고 바라본다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건필을 기대합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엄정남
수정  삭제
  욕심을 버리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지난 일요일 보았던 숲이 생각나서
미소가 피어나네요. 자연앞에 선 자신이 너무도 작았답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울수 있는 사람은 늘 웃을수 있겠지요
지난 일요일 비오는 대공원에 애들이랑 갔었지요
비에 젖은 봄꽃 나무들과 이제 새싹을 파릇이 눈틔운 버들나무가 얼마나 고운지 가슴이 다 콩닥거렸답니다.
에공! 서두가 너무 길어져버렸네요.ㅎ
오늘 강의는 좀 어렵습니다. 자료를 복사해서 파일에 또 보관해야겠네요. 읽고 또 읽기에는 그 방법이 제일 좋던걸요.ㅎ 이제 거의 한권의 책이 되어가네요.
오늘도 날씨는 흐리지만 마음만은 봄동산의 화사함처럼 밝은 날이시길 기원드립니다. 2005-04-12




임보
수정  삭제
  엄정남 님,
이젠 봄이 완연하군요.
오늘 아침부터 나는 청주 교외의 들판을 헤매며
봄꽃에 온종일 잠겨 지냈습니다.
꽃은 자연의 시입니다.

오늘 얘기는 좀 난해했다고요?
어려우면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차라리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 곧 자연의 시를 보시며
즐거운 시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시에 더 쉽게 다가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문운을 빕니다.
윤경선   2011-04-19 21:46:31  
좋은 자로 감사합니다. 송시인님 잘지내시나요 울회원들을 위해 늘 고생 많이 하시네예.
  [제52신]천상적 시각의 시 임 보 [1]
  [제50신]지상적 시각의 시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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