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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신]천상적 시각의 시 임 보
추천 : 472 이름 : 송영화 작성일 : 2011-04-12 09:01:47 조회수 : 2,111
[제52신]

천상적 시각의 시


로메다 님,
이젠 완연한 봄이군요.
산야에 개나리며 진달래 그리고 목련들도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군요.
봄나들이라도 좀 하셨나요?
나는 지난 주중의 하루를 청주 인근의 교외를 돌아다니며 보냈습니다.
청원의 내수라는 곳에 자리한 <운보의 집>을 보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한국화가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이 여생을 보냈던 집인데
지금은 그의 작품과 유품들을 보관하고 있는 미술관입니다.
수천 평의 정원은 수많은 괴석들과 정원수들로 아름답게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정원의 풍경보다 역시 아름다운 것은 운보의 그림입니다.
운보의 여러 그림들 가운데서도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청록산수'입니다.
후기의 운보가 심취했던 청록산수는 그가 꿈꾼 이상향의 구현입니다.
그의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유토피아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폭의 청록산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로메다 님
어떻습니까? 그림이 아름답지요?

오늘의 세 번째 시각의 이야기는 이 그림과도 관계가 있는 '천상적 시각의 시'입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현실의 세계를 넘어서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기도 합니다.
대상을 지상적 가치관이 아닌 초월적 가치관으로 바라봅니다.
감각에 의해 대상의 현상을 인식하기보다는 직감으로 그 본질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세계에 대한 희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이나 종교가 발생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승보다는 피안의 세계를, 현상보다는 본질을 추구합니다.

가) 피안적 자세

현세나 지상적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세나 이상적 세계에 가치를 부여하는 자세입니다.
본능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을 극복하여 정신적인 고양의 상태를 지향합니다.
육신보다는 영혼, 순간보다는 영원을 꿈꾸는 탈중력적(脫重力的), 상향적(上向的) 욕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부분


이 시에서 시적 화자가 그리워하고 있는 그 먼 나라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곳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자가 상상 속에서 꿈꾸고 있는 이상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잡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욕망이 만들어 낸 청정무구한 자연의 세계인 것입니다.

나) 투시적 자세

사물의 외형적 인식에 만족하지 않고 현상의 표피 속에 감추어져 있는 본질 곧 정체성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각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대상의 깊숙한 내면을 꿰뚫어볼 수 있는 투시력과 직관 그리고 깊은 사유가 요구됩니다.
시가 보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특성을 지니게 됩니다.


          손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의 얼굴이 보인다.
          내게로 불 밝혀 가야 하는
          땅이 보인다.
          세상을 다 받아들고도 비어 있는 손
          잠들지 못하는 나라
          산맥이 일어서고 골짜기가 깊다.
          강물이 꿈을 꾼다. 바다가 깨어 있다.
          미래의 내 음성이 들리는 곳
          손바닥 깊이 들어가면
          고요하다.
          이 고요한 길 속에
          길이 엇갈려져 끝이 없다.
          혼돈과 창조의 거센 바람소리
          우주의 숨소리
          밤 하늘 별의 운행이 화안히 비친다.
          모두가 죽어 여기 돌아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항시 침묵으로만 말하는
          내 미지의 손이여.
          이 깊은 신비의 기슭에서
          누군가 밤마다 내 영혼을 향하여
          활을 쏘고 있다.
                   ―이성선 「손의 명상」전문


손이라는 신체의 한 부분이 대상입니다.
화자는 손을 육신의 한 부분인 단순한 유기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생명의 신비한 섭리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유현한 태초의 과거로부터 장차 다가올 먼 미래에 걸쳐 펼쳐질 시인 자신의 아득한 모습까지를 손바닥을 들여다보면서 찾아냅니다.
대상의 깊숙한 내면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함께 실로 놀라운 상상력의 발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로메다 님,
나는 이제까지 시인의 세 시각을 지상적, 수평적, 천상적 시각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대상을 바라다보는 이 세 시각은 물론 시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학문의 여러 장르들도 이러한 시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등의 사회과학은 지상적 시각에,
수학이나 물리 화학 등의 자연과학은 수평적 시각에
그리고 철학이나 종교 등의 정신과학은 천상적 시각에 근거합니다.
이 세 시각은 수평적 시각을 사이에 놓고
물질과 정신, 행동(行動)과 정관(靜觀), 현실과 이상 등으로 분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어떠한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단정적으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시인의 시선은 자유스러워야 합니다.
지상을 보았다 천상을 볼 수도 있고, 다시 수평적인 시각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시인은 어떤 한 시각을 즐겨 지니기도 합니다.
이는 시인 개인의 인생관과 세계관에서 연유된 문제이므로 타자가 관여할 바가 못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시인이 놓인 환경과 여건이 시인의 특별한 시선을 사로잡을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대나 사회적 여건이 시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도 타인이 시인의 시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지상적 시각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든지
천상적 시각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든지
이처럼 일방적으로 시인의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자 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는 강요자의 개인적인 가치관에 근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이 문제되기보다는 어떻게 감동적인 세계를 만들어 냈는가를 문제삼아야 할 것입니다.
건필을 빕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조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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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일전 교수님과 함께 모임을 갖고 강의실에 들어오니 비록
사이버 공간이지만 바로 앞에 교수님을 뵙는 듯 반갑습니다.
자유게시판에 그 날 사진들이 올라 있는데 보셨는지요?
나비가 가득한 속에 교수님께서 미소 짓고 계시는 사진도
있습니다.
오늘 천상적 시각의 시는 자주 써 볼 수 는 없지만
숨 막힐 듯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이상향을
꿈꾸어 볼 때도 있으니 더러 써 보고 싶기도 합니다.
결론으로 맺어 주신대로 시각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감동적인 세계를 그려 낼 수 있을지가
어려운 문제겠지요.
오늘도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편안 하시기를 빕니다. 2005-04-17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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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마을 님,
사진 감사합니다.
올리신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초대손님인 내가 마치 주인공처럼 여기 저기 얼굴을 많이 내밀어 면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나날이 즐겁게 지내시고
감동적인 좋은 글도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5-04-19




엄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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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온통 하얗게 물들였던 벚꽃이 지고 그자리에 발그레한 잎들로 수놓였네요. 오늘은 날씨가 초여름을 느끼게 하네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자유롭게 생각하고 깊이있게 사물을 바라보면서
한편의 시로 표현할수있다면 축복 받음이겠지요.
오늘도 좋은 공부하고 갑니다.
오늘은 좋은 작품까지 덤으로 감상하고 갑니다.
저렇게 깊은 산중에서 자연을 벗삼아 그 아름다움을 노래 할수있다면 욕심에 찼던 마음이 모두 깨끗이 씻어 지겠네요.
잠시나마 마음평온히 쉬어가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2005-04-20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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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남 님,
정말 세월이 빠르군요.
꽃이 피었던 자리에 어느덧 연초록 잎들이 들어앉고 있습니다.
신록도 꽃 못지 않게 고운데 오늘도 황사예보가 있으니 마음이 개운치가 않군요.
연일 열심히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2005-04-21




복숭아&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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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명깊게 보고 갑니다
왠지 동요돼는 마음도 가지다 찡하니 가슴도 울리고
잘 읽고갑니다 (건강하세요) 2006-11-16




알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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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교수님께서는 늘 로메다님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신곤 하는데 그 습관적인 말씀에는 어떤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 타국언어로 시인들, 그러니까 문우님들을 지칭하는 말인지 분명 그렇게 들리기는 한데 잘 모르는 저로서는 그저 아리송 합니다.
가끔 송년모임이나 문학모임때 뵙곤 했는데 그때 들려주신 시조가를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꾀 인상적이었으며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그런 전통의 맛과 고풍이 스며있는 소리였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번 문예대학 비수회방에 가입하여 진짜배기 시가 무엇인가 이제 풋내기에 불과한 제가 마음먹고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가끔여기서도 시도 올리고 교수님의 평가를 부탁드릴까 합니다. 그럼 휴일 편한이 쉬시고 종종 찾아 뵜겠습니다.교수님 그럼 건안하십시요. 2007-04-01




春懷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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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학생이라 회원님들이 쓰신글에서 왜 임보님을
교수님이라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것같습니다.
정말 좋은 내용이더군요 2007-07-01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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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처음으로 내용 공부하였습니다 좋은내용 고맙습니다
평안 하시옵소서
윤경선   2011-04-19 22:15:09  
공부하고 갑니다. 두번 읽었는데 아직 아리송하네요 이성선님의 손의 명상 손바닥을 보며 상상하여 글을 역어나가는 글들이 인상깊게 남습니다.
  죄송 [2]
  [제51신]수평적 시각의 시 임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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