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길
바다를 건너야 했다
가난이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을 지날 때
무언가에 무참히 베어진 풀들이 앞다퉈 씨를 뱉어냈고
나는 또 그렇게 뿌려졌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갯비린내 나는
엄마 생각이 물씬했다
딱딱한 부두를 떠난 배들의 목적지는 오직 수평선 뿐
그곳에 가면
우쭐한 하늘도 도도한 바다도 이미 조그만 점이 된
육지의 함성도 없다
모든 엄마 아빠가 태어난 곳
파도가 쉬지 않고 가려했던 곳
나는 여기에 살 것이다
하루 종일 자고 싶다.
# 개굴개굴
비가 오자 개구리가
빗소리보다 크게 운다
기뻐서가 아니라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비가 오면 반쯤 지난
나의 젊음이
빗소리보다 크게 운다
그리워서가 아니라
개구리한테 배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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