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문학 원고] 노년의 행복
姜 中 九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때는 과연 언제일까?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구김살 없이 자라나던 어린 시절일까?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구가하는 20대일까? 아니면 결혼을 하여 아들딸 나아 기르던 신혼시절이었을까. 아니, 어떤 사람들은 인생은 60부터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과학자들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시기는 고희를 넘어선 74세라고 결론을 내렸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라프(Telegraph)는 이 같이 밝히면서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층이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때에는 사회책임감이나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자기만족의 시간이 더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평생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퇴직한 나는 등산과 여행을 하고 수필을 쓰면서 노년을 살아가고 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나는 그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어렵게 중등학교 교원자격고시검정시험에 합격하여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면서 저녁달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난 후에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수필을 쓰면서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초 지리학을 공부하면서 현지답사로 시작한 여행은 방학 때면 우리나라 남쪽 끝 마라도로부터 휴전선에 있는 명파리까지 전국을 쏘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써서 40대 초반에 노산 이은상 선생의 서문을 받아 국토기행문집 산이 있기에 물이 있기에를 출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퇴직 후에는 본격적으로 전국의 명승고적과 명산대천을 돌아보고 택리지에 버금가는 신 택리지를 쓰기로 작정하고 고도인 경주와 부여는 물론이고 한라산과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은 거의 다 올랐으며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700km 해안 길을 걷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수필을 쓰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다. 1978년 고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던 나는 진학지도의 모순점을 몇 자 적어서 어느 신문사에 보낸 것이 신동아(新東亞) 수필란에 ｢기계(機械) 새끼들｣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고 그것이 アシア公論(아시아공론)에 일본어로 번역 전재되면서 원고 청탁이 오는 바람에 부대껴서 쓰기 시작한 수필이 1985년 제1회 교원학예술상 수필부문에 입상되고 1990년에는 한국수필문학진흥회가 발행하는 수필공원(현 에세이문학)에 추천완료 되었다.
그 후 한국문인협회, 에세이문학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남강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산문인협회와 부산수필문인협회 이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으로 있다.
그리고 1999년에 창립회장을 맡았던 에세이부산문학회는 에세이부산 15호를 발행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필부산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수필집 가을에 그린 초상화, 징검다리가 있는 마을, 고희의 꿈을 출간했다.
하지만 내가 퇴직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세계여행이다. 퇴직을 했으니 여정에 얽매이지 않고 전공을 살려서 하는 세계여행은 지금까지 49회에 걸쳐서 65개국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일본은 12회, 중국 13회, 타이와 인도는 각각 4회를 다녀왔으니 이를 누적한다면 아마도 100나라쯤은 되리라.
나는 세계여행을 세 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한 패케이지 여행을 하고, 중진국과 후진국은 희망자를 모아서 여행에 통달한 이웃집 장 사장을 길잡이로 삼아 집단배낭여행을 하며,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나라는 내가 단짝 친구들을 인솔하여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패케이지 여행은 계절에 따라 가격차가 많으므로 가장 싼 3~5월에 하고, 집단배낭여행은 가고 싶은 나라의 여행 적기에 하는데 여비는 여행사의 50%~70%정도면 가능하므로 값싸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가 있다. 단짝 친구들과 하는 배낭여행은 일본은 옛날에 일본어를 혼자서 조금 공부한 적이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중국어는 한 마디도 몰라서 부산노인복지회관에서 몇 마디 배워서 여행을 한다.
사범학교 동기생 친구랑 둘이서 시작한 중국배낭여행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청두로 가서 태산에 올랐다가 난징과 광둥, 하이난도, 쿤밍, 리장, 청두, 시안, 뤄양 등 화중과 화남지방을 한 달 동안 돌아보았다. 다음해는 화북지방과 내몽고를, 그 다음해는 동북 3성[만주]을 여행했는데 1달간의 여비가 100여 만 원에 불과했으니 얼마나 싼가. 국토가 넓은 중국은 천만 가지 풍경에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가장 실리적이고 재미나는 여행을 했다.
그러나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범학교 동기생들과 한 달도 넘게 한 남아메리카 배낭여행이다. 남아메리카는 지구의 대척점에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데만 30~40시간이 걸리고 대륙이 넓어서 버스를 20 시간 타는 것은 보통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세계 제일인 이과수 폭포가 있고 마추픽추를 비롯한 잉카유적이 곳곳에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아타카마 사막에는 달나라 같은 달의 계곡과 별나라 풍경 같은 우유니소금사막이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요즘은 그 좋아하던 배낭여행은 힘겨워서 하지 못하고 패케이지 여행을 다니면서 그동안에 한 세계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인도여행기를 정리하여 그 찬란했던 배낭여행기 인도를 출판하고 2014년에는 내 생애 가장 황홀했던 남아메리카 배낭여행을 출판했으며 2015년에는 맨발로 돌아본 일본을, 금년에는 야생의 땅 아프리카를 출판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 신아출판사에서 발행한 내 생애 가장 황홀했던 남아메리카 배낭여행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니 내 생에 가장 영광된 책이다.
나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세계를 유랑하고 있다. 요즘은 중국여행기를 출판하려고 티베트 지방을 여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발행하는 憲政(헌정)에 보낼 원고를 작성하느라고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으니 이런 행복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오늘 밤에는 아무래도 기린과 코끼리, 사자랑 동무가 되어 놀던 탄자니아 세링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의 꿈을 꿀 것만 같다.
姜 中 九
합천 쌍백 출생, 진주사범학교 졸업, 1990년《에세이문학》추천완료,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남강문학회 회원, 에세이부산문학회 창립회장, 수필부산문학회 고문,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
수필집 가을에 그린 초상화, 징검다리가 있는 마을, 고희의 꿈,
기행문집 그 찬란했던 배낭여행기 인도, 내 생애 가장 황홀했던 남아메리카 배낭여행, 맨발로 돌아본 일본, 야생의 땅 아프리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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