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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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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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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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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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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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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5 08:39:49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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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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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언니
마당이 있고 텃밭이 넉넉한 시골집으로 이사를 갔더니 친정 쪽 작은언니 내외분이 다니러 오셨다.
농사가 전업은 아니지만 농사를 짓는 언니네에서 감자, 고구마, 양파 등을 몇 차례 가져다 먹었던 기억에 우리 집 텃밭 자랑을 할 요량으로 늘어놓는 내 수다는 들은 척도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언니가 푸념처럼 얘기했다
"쉼 없이 자라는 잡초는 감당키 힘들텐데, 호미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니가 우짤란지 모르것네. 시골 땡볕은 유난시러울 낀데..."
흙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 없는 나인지라 그제서야 언니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았다. 건강만이 제일이라며 내 어깨를 다둑여 주곤 걱정스런 눈빛으로 언니 내외가 우리 집을 다녀간 지 꼭 나흘만에 뿌리엔 채 마르지도 않은 흙을 묻힌 수선화 꽃모종과 딸기 모종을 택배로 보내왔다.
언니가 몹시 좋아하던 꽃인 수선화가 우리 집까지 배달되어 왔을 때 난 가슴 뭉클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별 것도 아닌 양
'이 까짓게 뭐라고 택배까지 했는지 몰라. 참, 언니도 할 일 없는갑다.'
하며 구시렁 거렸다.
하지만 한 번도 내 손으로 뭘 심어 본 적 없는 내가 손수 꽃삽을 챙겨 든 것만 봐도 언니가 보낸 꽃모종이 많이 소중했는가 보다.
화단 양옆에 꽃모종을 옮겨 심으면서 수선화꽃이 엄청 예쁘게 피었다며 삼월 초순 모진 꽃샘바람 철만 되면 어김없이 전화를 해서 자기 집 앞마당에 핀 노란색 꽃을 침이 마르게 자랑해대던 나의 언니를 생각해 본다.
꽃에서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나의 언니는 화려한 장미나 우아한 목련 쪽이 아니다.
소담하면서도 청초한 수선화가 언니의 꽃이지 싶다.
가꾸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을 간직하는 꽃, 모질고 추운 긴 겨울을 지나 꽃샘추위 속에서 함초롬이 피어나는 애달픈 꽃. 어쩌면 언니는 수선화 꽃을 닮고파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모니카를 좋아했던 내 언니의 하모니카 가락에
'머나먼 저 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날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
노래를 따라 불렀던 내 유년.
늘상 큰 보물처럼 아끼던 언니의 가느다랗고 노란 금줄 시계를 내 손목에다 채워주던 날, 언니는 날 안고 울었다.
덩달아 나도 슬퍼 울었다.
"언니가 시집가면 니 옷도 많이 사주고 니 공부도 시켜줄게."
라는 말을 남기고 언니는 시집을 갔다.
그리곤 언니는 일 년에 겨우 두서너 번 친정 나들이를 했었다.
언니가 보고싶어 어쩌다 언니네에 찾아가면 일복이 많았던 내 언니는 동생하고 가만히 놀아 주질 못해서 안절부절하며 미안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언니와 내가 참 희한하게도 같은 세월을 함께 늙어간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음~ 아리랑 음~ 음~ 음~ 아라리가 났네 청청하늘엔 별들도 많고 이내야 가슴엔 수심도 많다...'
는 노래가락을 구성지게 부르면서 남이 알세라 밭을 메며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던 내 언니. 쉰넷의 삶에 딸 셋, 아들 하나 키워낸 게 전부였다며 씁쓰레 웃던 언니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한 여행에서 결국 얻는 것은 행복이 먼 곳에 있지 않다던 소박한 진리를 진정으로 알고 있었다.
널처럼 허망스럽게 느껴지는 마흔 여섯의 삶. 때론 힘겹고 고달파 훌쩍 삶의 과정을 건너뛰고도 싶었다.
그러나 삶의 한 순간도 거스르거나 소홀히 할 수 없음은 수선화를 닮은 '지족안분'을 몸소 실천하는 내 언니가 있었음이 아닐까 싶다.
몇 포기 옮겨 심은 꽃이 무성해지려면 몇 해나 걸릴까?
언니의 앞마당처럼 봄이 오면 어김없이 우리 집 앞마당에도 노란 수선화가 가득하면 좋겠다.
언니를 보듯이 수선화를 보며 우리 자매의 정겨운 유년을 추억하고 싶다.
그리곤 나도 누군가에게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전화로 자랑할 수 있었음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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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많은것은 날카로울 수 없고, 날카로움은 감정의 전달은 쉬우나 오래지 못하죠 살아온 시간만큼 쌓인만큼 둥글어 져서는 철길처럼 마주 보며 달마 가는 것이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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