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별곡 34
-바위
새악시
언덕베기 오르내린
밤이면 멱감고
낮엔 빨래터
큰아이 놀이터
엉금엉긍 기어 오르던 40여년 풍랑에
미린듯 반은 묻혀
낮아지고 작아졌지만
만고풍상 껴안은 위용
바위와 강은 예대로인데
사방을 둘러봐도 적막함이여
비온뒤, 강물에
긴 머리 담그고 싶은 아쉬움.
교동별곡 35
-비오는 새벽길
태풍 다나스 지나는
오도산 허리 헤집는
교동마을 언저리 돌아
태풍 보다 더 센 목청
소리 내지르다가
살아있는 지금에 경배하며
깊은 숨 들여 마시며
모시올 곱게 다듬질하듯
겸손하고 간절한 맘으로
기원하며 돌아 오는길
때늦은 음악공부 발성연습
불어난 강물소리
자연의 거문고 소리
절묘하게 들리는
그 울림에 전율하며
비 개이면
오도산 상봉으로
물안개 노래
활짝 피어 오르리.
교동별곡 36
-물소리
반석 깔린 강바닥
암벽으로 병풍 두르고
폭포수 앞에 선듯
창가에 앉으니
계곡물
굽이쳐 흘러흘러
안온한 맘으로
한맺힌
분노심
좌절감
다스려 주는 소리
교동별곡 37
-가을알이
어느새 작열하던 여름가고
금풍이 일어남에
천기 맑고 명랑하여
언제 더웠냐는 듯
마침내 가을이다
봄의 푸르름은
끝자락에서 오르고
형형색색 물감을 뿌린듯한
단풍은 서서히 내려오는
하늘 받치고 선 오도산
하늘가에 돌아오는 구름은
유유망망 한번 바라봄에
끝이 없는데
서릿기운 바람에 표표히 나부껴
서기 영롱하다.
교동별곡 38
-10월상달
달이 동쪽 산 위로 솟으니
만리 기나긴 하늘엔
한점 진애도 없음이라
맑은 달이 빛을 토하니
달빛이 조요하여 그 광채 도웁고
큰 별은 휘황스레 밝고
작은 별은 깜박이듯 반짝이는데
오직 한조각 달은 홀로
사해에 거울 처럼 걸려
자못 냉냉하고 소소하다.
빨간 자전거 5
인터넷 세상
빨간 싸이카 소리에
두계단 먼저 내려선다
편지대신
부피 큰 택배 물량
독촉장 고지서 가득한
빨간 자전거 후예들
그제나 이제나
눈 비 오는 날이면
그들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내는 아슴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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