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송 영 화
이 밤
봄이 녹아내린다.
긴 긴 기다림
겨울 뒤에 숨었다
살며시 열린 꽃잎 너머로
세레나데처럼 내린다.
터지는 아픔 달래주려는 듯이
볼 붉힌 봉우리 위로
고개 숙인 새싹위에도
봄비는 내린다.
밤을 밀어가는
소쩍새 울음소리 사이로
허허로이 새어나는 한숨사이로
까만 밤 하얗게 새우는 비가(悲歌)
그리움 15
송영화
참 많은 일들을
지난 이야기
이 한마디로 감당하란다.
맞잡은 두 손의 온기
상큼하던 입술의 감촉
다, 전부 다.
아린 마음 소인 찍어
우체통에 던져버리고, 걷는 길가
단풍나무 빨간 잎
인연의 질긴 끈에 매여
찬바람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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