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모른다
손국복
빙하 저 밑바닥에서 끝없이
분출하는 마그마 열기에 싸여
죽음의 순간에도 끝내 손 내밀지 못하여 선채로
입 악다물고 고사되는 욕망의 숲을 보라
닥치는 대로 탐닉하는 몬도가네 붉은 밤
돈 세탁 차떼기로 야합하는 권력 중독자가
절망을 찬미하며 오염된 육신
죽음으로 참회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암울한 밤
떠날 때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하르르 손 놓는 영결만이
내 안의 사악한 영혼과 한낱 소용없는
자존과 허영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어리석게도
나는 아직 모른다
더 많이 더 높게 쾌재를 부르며
회오리처럼 솟구친 우둔한 자의 부러진 날개
그 찟긴 아픔보다 더 깊고 질긴
욕망의 끈 그만 놓으라
갈구리 마냥 오그라진 손
다시 세상과 악수를 건네라
산 너머 해가 노을지면
어둠과 고요 깊어 오듯
길게 반추되는 산 그림자
수묵화로 연한 속살 푸는 강마을
나룻배 타고 스르르
나눔과 안식으로 떠나는
곱고 순한 물길 거기 있는가
어리석게 아직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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