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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시학 추천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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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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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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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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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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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7 12:27:54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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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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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泉隱寺
-백 수 인-
눈발 날리는 날
구례 산동 방광마을 천은사에 가면
지리산 자락 숨어 있는 샘 하나 있지.
속 깊은 샘물엔
모스크바 근교의 자작나무 숲이 들어와 앉고
그 숲에 박새들 날아와 목탁소리로 지저귀지.
산사 입구 살결 붉은 소나무 큰 가지엔
눈 뒤집어 쓴 노고단이 걸려 있고,
그 소나무 곁에 고사목 한 그루
신라 때의 허연 뼈로 눈바람을 맞고 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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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의 목소리
강바람 푸른빛이
그대 목소리에 묻어 있었어요.
갈대꽃 찬바람 견디며 몸 문지르는 소리도
환히 보였어요.
강물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철새들은
비상하는 법 이미 잊은 채
강물의 속내만 헤아리고 있었어요.
철새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은
모조리 철새의 넋에 접신되어
옆구리에 돋아난 날개를 펴고
강 건너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푸드득 푸드득 날아오르고 있었어요.
저물어 가는 강물의 비늘들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갈대들만 저들의 체온을
깊이깊이 다독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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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물살 아직 잔잔하다.
그러나 그 자국 너무 깊어,
흐르는 모든 것들
속으로만 늘 그렇게 슬픈 흔적을 내는가.
바라보아도 보아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일 빠져나와
바람 부는 강변에 다다르면
수초들은 전율처럼 흐늘거리고.
따가운 자갈밭에 한숨을 말리며
강어귀 돌아 날아오는 새떼들 속에서
언뜻 스치는 풍금 소릴 듣는다.
긴 강을 헤엄쳐 온 내 안의 상처들은
어느 덧 하늘의 가슴에 밀물지는데
길게 꼬리진 노을 속에 젖은 외로움 하나
아직도 솟대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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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는 아직 당도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그리움처럼 달려오고 있다는 소문 뿐.
빨리 맞기 위해 동녘으로 달린다.
길은 아직 잠깨지 않아 길게 누워 있다.
어디선가 하현달의 흐느낌 소리 들린다.
늙은 소나무 그림자 가볍게 흔들린다.
동산 능선이 가만 가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짐승들의 집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질 때
들판의 풀잎들도 섬뜩한 칼날을 세우고 나선다.
동녘 어느 산기슭에서 그와 재회하게 된다면
맨 먼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넉넉한 웃음으로 악수라도 청할까.
넓은 가슴을 부둥켜안고
엉엉 소리내어 울기라도 해야 할까.
누워 있는 길은 다시 길로 이어지고
별 하나가 하늘을 긋고 떨어진다.
그는 아직 산 고개를 넘지 않았다.
온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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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난꽃
나는 섭씨 43도의 온탕 속에 있을 때 가장 투명해진다. 몸은 따뜻한 물에 녹아 온데간데 없고 머리만 바가지처럼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다. 거품을 내며 끓고 있는 것, 이것이 내 몸이다. 물이 내 몸통인가, 내 몸통이 온탕인가. 사람들은 하나 둘씩 내 투명한 몸 속에 들어와 더욱 투명해지고 그들의 머리통은 샘물에 담궈놓은 수박덩이가 된다. 투명하지 않던 빛깔의 몸들이 함께 섞여 투명하게 부글부글 끓는다. 잠시 후 내 몸 속에서는 투명한 목욕탕이 하나씩 걸어나가고, 다시 세상 빛 알몸들이 하나씩 하나씩 내 몸 속에 들어온다.
햇빛 쏟아지는 거리로 나서면 난 그림자가 없다. 맑은 바람들이 내 투명한 알몸을 거침없이 통과하여 어디론가 불어가면, 그 바람 이 세상 어느 모퉁이 산 그림자 밑에 맑은 꽃 한 송이 피워낼까
> 추천평
잘 익은 시의 열매
저 상징주의 시의 준엄한 사제 스테판 말라르메가 젊은 시인에게 준 충고 한마디가 생각난다. "젊은 시인이여, 설익은 과일을 서둘러 따려고 하지 말라"고 했던가. 바람에 떨어진 낙과(落果), 또는 설익은 풋과일을 허겁지겁 따서 시장에 내다 파는 장삿속에 빠져들다 보면, 제대로 익은 과일을 양심적으로 생산해내기가 어려운 법이다.
백수인(白洙寅) 교수는 20여 년이 넘게 대학에서 시학을 강의해 온 변함없는 초심(初心)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경박스럽게 춤을 추고, 까발리고 드날리고,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그런 상인논리의 선정적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통적 리리시즘의 길을 미련스레 걸어온 것이다. 그러기에 고지식하다 할 정도로 결 고운 언어의 실로 직조한 그의 시작품들에서는 오랫동안 시상(詩想)을 굴리고 다듬은 듯한 정성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깊은 내면에의 응시와 새롭고 개성적인 사물인식의 독창성을 나름대로의 어법으로 말하는 백수인 교수의 시적 지향이 특별히 파격적이거나 선뜻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아한 고전적 미학의 품격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삶과 자연과 역사에 대해 거칠고 난폭한 고함소리를 마구 내지르는 '확성기의 언어'가 아니라 선의(善意)의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따스한 연대의식(solidarit )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바로 여기에 백수인 교수의 미덕이 있는 게 아닐까.
이미 오랜 시력을 쌓아온 백수인 교수를 새삼스레 시단에 내보내는 이유는 시동네 한 모퉁이에 몰래 웅크리고 앉아 안주해 있기 보다는 영원히 젊을 수밖에 없는 시정신의 횃불을 치켜들고 한국시의 한 복판을 진땀나게 달려가 보라는 뜻에서이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보다 광대한 시의 영지를 개척해주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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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감상 했습니다. 그렇지만 감히 덧글을 올릴 수 없음은 어째서인가?
아직도 그 길 멀고 험한데 그 길이나에게 가당키나 한 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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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