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육성이 실린 고백이 시의 살이라면,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의 관찰에 의한 묘사는 시의 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은 시의 정신, 혹은 시의 영혼으로 부름직하다. 그 중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가 없다. 편식은 몸을 부실하게 만들 뿐이다. 좋은 시는 살과 뼈와 정신의 조화로운 공존 속에서 태어난다. 그것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쥐어짜듯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일단 시인이 간절히 원할 때 온다. 하지만 역사 속에, 사람 속에, 자연 속에, 사물 속에 언제나 심장을 펄떡거리며 살아 있는 그것이 모두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적인 것'을 찾아가는 시인의 불온한 상상력이 결국은 시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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