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그녀 손에
차내음이 배어 있다
남도 보성 녹차 향 같은
우전보다 담백한
아니다
질마재 너머 선운사
동백 짙은 열정이
끓고 있다 뜨거운
손끝 그 어느 마디마디에서
추상같은 결기가 솟고
폭설 같은 사랑이 녹아
손바닥 푸른 호수에
생명이
온기가
거친 시의 숨결이
꿈틀대고 있느뇨.
경계에 서서
손국복
미움과 사랑
정의와 불의
어둠과 빛
알 수 없는 경계의
벽 앞에서
조마하다
어제는 좋았다가
오늘은 싫어지는
사랑놀이 앞에
황당하다
눈 뜨면 만나는
만인들의 눈과 손이
부담스럽다
어떨 땐 죽고 싶고
어떨 땐 살고 싶은
가련한 경계에 서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던
고승의 법어
벽을 뚫는다.
동백꽃 석정
손국복
고산유수 몸으로 쓴 시
빨가장이
동백으로 피어
나도 그렇게
그렇게 한 세상 살다
바알간 노을 속으로
들고 싶어라.
보상사에서 2
손국복
사랑의 끝은 어딜까
주어도 주어도
부족한 마음
진실의 끝은 어딜까
전하고 전해도
아쉬운 마음
생명의 끝은 어딜까
붙들고 붙들어도
서운한 별리
지우지 못하는 문신인 듯
피하지 못하는 운명인 듯
마당 적시는
빗물.
보상사에서 3
손국복
나타샤는 당나귀를 타고
흰 눈 푹푹 내리는
길상사로 떠나고
나는 빗소리 밟으며
보상사로 가네
잘못 든 이 길을 후회하며
어긋난 시간을 원망하며
나는 나타샤를 부르네
희미한 나타샤의 음성
빗소리 묻혀서 오네
지나온 길
걸어갈 길
이미 정해진
무상의 법당에서
선채로 나는
망부석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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