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간다. 내소사
즐비하게 왁자지껄 사람 부르는 이승
극락으로 향하는 걸음 더욱 느리게
간간히
해 났다 졌다 전나무 숲에서 혼절하는 오후
느릿느릿 향기롭다
절집 둘러싼 풍경들 사계가 법문이리.
봉래루 지나 대웅보전
임 만나고 싶은
대웅보전 색 바랜 단청 꽃 창살 아래
한참을 머물고.
장단을 쳐봐
묵어라
파닥였을 양념통닭 얌전이 상위에 올려주며
퍼떡 다녀 올끼다.
남겨둔 시간을 발목에 칭칭 감고 달렸다
5층 베란다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과
장난감 부딪히는 소리
쿵캉쿵캉 넘어지는 소리가 현악4중주가 된다.
목줄이 팍팍한 날에는
맨발로 장단을 쳐 봐
공부해라 정리해라 목욕해라
힐끔힐끔 눈 흘기던 아이들은
푸닥거리의 시간을 만끽한다.
던지기 씨름하기 게임하기
가로 세로 누워 자유다 자유
가랑이 벌리고 장단을 쳐.
다시 한낮
질서도 버리고 싶은 날에는
나뭇가지에 목을 내다 걸고
정오를 기다려
그림자로 오는 것은 굽은 나무와
윙윙 울어대는 들풀 뿐
다시
목을 당기며 일어서기 시작했어.
망가진 시간들이 절망으로 향하는 동안
한낮은 영육을 태우며 나에게로 왔어.
곰소 젓갈
변산반도 해넘이
서해 바다가 우릴 맞았다
멀리 보이는 곰소 항 염전에는
아주머니인 듯한 아저씨
옛 모습의 염전을 이끌고
몸을 절인 채 어물을 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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