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함성
들었는가, 보았는가
합천의 문학인들의 포효를,
지금껏 전국 어디에서
이같은 응집된 지성인들이
한 목소리로 합창하는 모습을,
고대와 근대의
선배님들의 영면을 깨어나게 하고
현대의 지성들이 모여서
질러대는 굉음과
시공의 장벽을 넘나드는 문학혼을,
악견산 거대한 바위가 흔들리고
합천댐이 움찔하는 듯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였건만
한 마음,한 목소리로 노랠 부르고
들썩이는 어깨들이 하나가 되어
거대한 무도장이 된것을,
대한민국에서도 작은 고을,
아주 적은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흩어졌던 이들의 고개를
이곳으로 돌리게하여 하나된
믿기지 않는, 믿을 수도 없는
장엄한 하모니를 이루었다는 것을,
한 사람의 탁월한 기획과
완벽한 각색과
열정에 찬 지휘로
불세출의 드라마로 태어난 것을,
어떤 찬사도 턱없을 것이며
어떤 미사려구라도 부족하리라
문학이 문학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2022년 7월 23일과 24일
합천문학 30주년 기념
고향사랑 한마음 문학인 대회를
우리 모두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
역사의 한 페이지에 선명히 기록되리라
아,합천이여,
합천문학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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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인생
해는 지려하는데
너무 많은 채무가 있다
유상이 아닌 무상의 빚
평생 갇혀 무던 애는 쓰고 있지만
아직도 태산 같아라
나의 알파와 오메가이신 하나님께
나를 이 세상에 낳아준 부모님께
나와 함께 살자고 언약한 아내에게
나를 애비라고 믿고 의지했을 자식에게
한 때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에게
나를 알고 관심 가져준 모든 이들에게
이제까지 공짜로 마시게 한 공기에게
더더구나 나 자신에게 까지도
줄 때
너무 쉽게 넙죽 받은 탓이랴
염치없는 손이, 양심이
높은 파고에 고통스럽다
채무고지서가 독촉장으로
우편함에 차고 넘치는데
일몰의 풍경조차 여유롭기
바라볼 수 없는 내 인생이여
한 줌도 안 되는
알량한 자존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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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안에서의)
알파와 오메가가
그 안에 있었다, 애초부터
들숨과 날숨조차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원심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도록
굳게 엮어진 미지세계
비밀번호를 알 수없어
열 수없는 비밀의 문
그 안에서 순응하도록
이끌린 선택된 삶이지만
관성의 원리를 알았더라면
벗어나고도 싶었다, 때로는
수 없이 실족하다가
아이러니하게
깨닫게되기까진
날마다 인동쑥을 먹으며 산다
고집스럽게도 불순종타가
인동쑥보다 더 쓴
고달픈 인생살이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고서야 알게 된
괄호안에서의 삶이
진짜 축복임을,
인내의 열매가 결코 쓰지않고
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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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잉태하고 출산하는 건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축복
열 달 가까이
수 없이 반복되는
끊어질 듯한 고통도
그 숭고한 생명을 위해선
행복한 순간이었을거야
모든 역경 이겨낸 출산의
기쁨이 채 끝나기도 전
사흘 만에 눈 앞에 닥친
청천벽력 같이
몸부림을 치며 죽어가는
믿을 수 없는
새끼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던
네 마음은 어땠을까
주인된 내 마음이야
며칠 한 숨만 쉬고 나면 그만이겠지만
안절부절 큰 눈 껌벅이며
속울음 울고있는 말 못하는 짐승이여
너 그 땐 왜 그랬니?
덜 마른 몸 겨우 일으켜 세워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걸어가
네 젖가슴을 찾던 아가에게
젖은 물리지 않고
뒷다리로 걷어차며 쫓아내길 수차례
포기하며 발길 돌리던 어린 것에게
전혀 미안하진 않았더냐
나 역시 아들 놈 하나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지만
진정 이렇게 요절할 줄 몰랐더냐
애초에 아픔쯤은 참고
젖이나 실컷 빨게할 걸
통한의 눈물 흘리고 있는거지 너 지금
어쩌겠니
앞으로 우리 아무렇지 않게
전 처럼 눈길 주고 받으며
슬픔 이제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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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 차 뿐인데
어릴 적부터 누난
나의 보디가드였다
119노릇을 떠나 때로는
엄청 무서운 샘노릇도 했다
알고보면 한살 차 뿐인데
난 언제나 어린아이였고
누난 성숙한 참을성 많은 어른이였다
자신도 코를 질질 흘리면서
내 콧물 먼저 닦아주던 사람
밖에서 놀다가 넘어저
다리에 피를 흘릴때면
나는 엄청 아파도 사내라
참아보려고 이를 악물고 있는데
무슨 연윤지 지가 펑펑 울곤하였다
아픈건 난데 화가 났다
가끔 밤에 똥이 마리면
호롱불 들고 함께 똥솟간에 갔다
내가 무서버할까봐 나섰지만
누나도 무서버선지 벌벌
떨고있는 모습이
구멍난 멍석문으로 보이곤하였다
누난 떨면서 서있는 보초병
조금 더 자란 국민핵교 시절
등굣길엔 언제나 누나와 함께였다
나도 또래 사내놈들과
같이 가고 싶을 때도 있었고
이젠 누나 영향력을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살고싶었다
핵교 앞 문방구에서 문구를 살 때마다
눈깔사탕 하나
주인 몰래 훔쳐 가지고 나와
내 입에 쏙 넣어 줄 때에도
난 누나가 간 큰 프로 도둑년이라 믿었다
엄마가 사탕 시줄 돈까지
줄리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싫어서 꾸벅꾸벅 졸 때에도
머리에 꿀밤 몇대 맞곤 했지
이 때에 어김없이 내뱉는 말
이 지지배야 니가 뭔데 날 때려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난
지독한 이기주의자
몇 십년이 훌쩍 흘러
누나가 갑자기 죽었을 때
누나 시신 앞에서 눈물은 안나고
눈깔사탕만 생각나
지지배야 연극 그만하고 얼른 일어나
눈깔사탕 하나 사 주고가였다
반백이 된 지금도
겨우 한 살 차 뿐인 누나 앞에서는
난 어린아이에 불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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