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감의 여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혹은 느리게” 이러한 단어들을 멀리 하며 잊고 살아가는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진주나 대구 방면으로 차를 타고 가다보면 4차선 도로 확장공사로 군데군데 파헤쳐진 산과들을 대할 때마다 씁쓸함을 느낀다. 큰 공장이 많아서 자동차로 실어 나를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구가 많아서 교통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2차선도로 시공 할 때 10년 정도의 앞을 내다보고 설계를 했더라면 굳이 이중 공사비 들여 가면서 산 깎아 먹고 들 깎아먹는 4차선도로가 꼭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은 나 혼자 만의 의문은 아닐 것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한결같이 인구 늘릴 것을 내세우지만 해가 거듭 될 수 록 인구는 줄어들고만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로가 쭉쭉 뻗고 뻥 뚫리면 시간도 단축되고 좋은 점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늘리는 대는 이 넓은 도로가 걸림돌이 아닐까 싶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대양 면이다. 대양 면을 지나는 4차선 도로가 면 소재지를 비켜서 나 있다. 그래서 상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장사가 안 되니까 하나, 둘 합천을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곳이 대양 면만이 아니고 몇 군데의 면 소재지가 그런 위치에 있다. 그 면소재지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버린다면 인구는 더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로부터 산, 수가 아름답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우리 합천은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풍요로운 정서와 아름다운 감성을 갖게 해주고, 새까만 먼지 마시며 사는 도시인들에게는 맑은 공기 하면 합천을 떠올릴 수 있도록 머릿속에 각인 시켜주는 홍보도 필요하지만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감상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잘 다듬고 가꾸어야 많은 도시인들이 합천을 찾지 않겠는가?
조금 느리긴 하지만 돌아서 가는 길을 사람들은 왜 못 견뎌하는지 모르겠다. 조금 느리면 어떻고 조금 돌아가면 어떤가? 느린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 우리 한번쯤 돌아감의 만용도 부리면서 사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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