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
창공은 넓고 푸르건만
뭇 새들은 떼 지어 나는데
가슴 저민 아픔 많을 한 마리 새
날지도 못하고 땅에 묻힌 한
애비 마음까지 메마르게 하더니
하늘 더러 울어 달라 부탁한 양
눈물 보다 더 진한 빗줄기가
메마른 가슴을 적시누나.
입은 있어도 아무 말 못하고
눈이 있어도 눈물 마른 못난 애비
용서해 달란 말 차마 못하니
잠 못 이룬 밤 창밖을 서성이다
쓸쓸히 돌아서곤 하던 새야
이젠,
너와 나의 슬픈 만남 접고
날개 펴고 머얼리 날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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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바라본 남강
경상대학교병원 4109호실
침상에서 무심코 내다 본
남강은 의외로 외로워 보였다
슬픈 내 마음 잠겨
수면 위를 걷고 있는 걸까
왜 하필 해질녘
풍경을 풀어 놓고
나에게 손짓 하고 있는지
큰 수술은 아니건만
69년간 소임을 다 했을
쓸개 하나쯤 떼어 낸다고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살아 처음 내 몸에 칼을 댄다는
사실만으로도 만감이 복잡하다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않으려 기원의 두 손을 모았고
가난의 질곡에 갇혔어도
대수롭지 않으려 노랠 불렀다
인간에게 주어진 수많은 축복
받은 게 없는 인생이었지만
불행한 삶이었다고
낙담 한 번 하지 않았는데
병실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은
나를 더욱 더 외롭게 할 뿐
남강아, 제발
바람에 물결 일어
내 자화상을 지워줄 수는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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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큼은
내게
오늘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음에 미련 없고
내일은 알 수 없음에
생각에 두지 않으련다
오늘, 스무 네 시간이
나의 일생 전부다.
괜한 흘러간 시간에 대한 후회
올지도 모를 시간에 대한 헛 꿈
소중한 오늘의 삶을
몽땅 망쳐버릴지도 모를 일이거늘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귀종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오늘만 살다가 죽을지라도
후회 따윈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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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번호표
또 한 사람
문상 가는 길
마치 번호표 받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줄어드는
늘어선 줄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식은땀이 나고
초조해지는 건
놓고 가는 게
아까워서도 아니고
두고 가는 가족들
그리워서도 아닌데
아마
못난 내 삶의 흔적
눈에 밟혀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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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을 추모하며
4월의 햇살은 너무 따사했소
살아생전은 비록
가진 것 없이 가난했을지라도
산자락 그늘을 등에 지고
앞가슴으론 너른 들을 품으신
오늘의 형님 모습은
만석지기 부럽지 않은 사람이었소
남정강을 벗 삼으시고
안주가 없을지라도
쇠주 한 병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목소리 높이신
마냥 사람좋은 이웃 형님이셨죠
게다가 문학까지 곁들이신
풍류도 빠지지 않는 한량이셨죠
형님과의 마지막 자리가 될 줄 모르고
쇠주 한잔 따라주지 않아
섭섭해 하셨던 형님의 핀잔이
형님의 안택 앞에서
진한 귀 울림으로 먹먹해지더군요
저도 머지않아 갈 테지만
십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형님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이처럼 사랑으로 이어지는 걸 보니
세상 참 멋지게 사셨던 형님이
부럽지기 하고
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일어나셔서 마주앉아
쇠주 한 잔
맛있게 마시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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