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상을 받아 놓고, 조카 놈이
갑자기 친하여 진 직장 친구 ´김' 과 둘이는 점심을 일찍 끝내고 거늘나무 밑 벤취에 앉아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 "니 여름휴가 어디 갈라카노"
조카 이. "합천 갈란다 와"
김. "해필이면, 합천이고"
이. "거가 내고향 아이가"
김. "니 산골 촌 놈이구마 미쳐몰랐네--, 재작년인가 하기휴가 때 밥쟁이와 애 들을 꺼실코 산골짝 물 조은 곳을 찾아 혜매다 우연히 물과 모래가 있고, 사람이 박실대 사킬레 차를 세우고, 한다리 낀능데--, 합천 모래 축제가 한창인기라---,"
이. "거러마 니가 합천에 가 바딴 말이가"
김. "가보다 말다---, 그런께네 일마 니 고향이 대단한 데네--, 해인사 팔만대장 경, 가야산 국립공원, 대야성과 죽죽 그리고 요새는 신문에 본께네 남명선생 때문에 폼 좀잡때--,"
이. "짜아석, 그 뿌-잉줄 아나, 황매산 철쭉 꽃 필때 그 장관 안밧째, 매화산 등산 코스 가 반나 작은 금강산이라꼬 소문 들었을 끼구마 또 말이다, 대병 뗌, 경치 그마잉기라,"
김. "일마야! 너거 고향 자랑 대강 해라"
그래도 ´이´ 입에 침을 팅기면서 계속한다.
이. "큰 인물들도 수두룩빽빽하다, 대통령 한분 알제, 채리본사람은, 두상에서 번쩍하는 빛에 눈을 상해 안가빙원에 가도록하는 그분 말이다. 어쩌다가 백담사와 빅돌담 신세를 진 분이지만, 아무튼 통큰 사 람잉기라. 또 그 분 뒤 물 대통령도 있쩨, 그 선대도 고향이 합천아이가."
김. "물태우도 고향이 합천이라꼬"
이. "일마야!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 켄 능데, 우리 고향은 첩첩 산중인데도 대통령을 두분이나 맹글엇다 아이가 니능 여태 몰랏꾸마---, 또 하늘에 빌(별) 말이제 하도 많아서 및갱가 시아리지도 못한다 마, 이 골짝 가면 s장군, 저 부락에 가면 k장군---, 너거 고향에는 도대체 장군이 및이나 대노 한 물어보자---," ´김´ 묵묵부답.
이. "할말 없쩨---, 박사, 박사도 말말아라 손까락이 모자랄 정도로 만타아이가. 정치인은 더 말할거 없능기고, L 전국회의장, k 비서실장, y, k 등 쟁쟁한 국회의원도 고향이 합천인기라, 니 황강 모래축제에 참가해 본 경험 있다 케쩨---,
안 멋찌더나, 거가 내가 소시쩍에 꼬추 내노코 물장구 치던대라 그 말이다. 그 강물 이 마르지 안능한 큰 인물이 계속 쏘다져 나올 끼구마"
김. "온야, 니 말이 맛다커자, 그르나 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능구마, 니 합 천군청 인터넷에 들어가 반나"
인터넷 소리를 들은 ´이´ 줄줄 신나게 엮어내든 혀가 굳어지는 것 같다.
이. "이 이 인터넷이 니보고 씹다 커더나, 자다가 뒤뿡친다 카디마능 인터넷은 왜 덜먹거리노" .
김. "인더라야! 니 말이다. 거게(인터넷) 한번 더러가서 단디 보고 너거 합천 자랑 하거라"
이. "와! 인터넷에 무시 떳능데---"
김. "요새 말이다. 합천군수 간사를 새로 사야한다 카는 패와 군수 간사가 무슨 필요있노 하는 패가 갈라져 갔고, 서로 다른 이바구로 치고박고하는데 가관잉기라---, 말도 말아라, 온가지 사설을 다 덜어대 갓고, 상대방을 씹능데, 디다 보능 내 가 민망한기라"
이. "인터넷은 전국에서 다 더러오는거 아이가"
김. "일마야 군수관사를 새로짓는데 예산이 든다 안든다 케사면 그 사람 들이 합천촌놈이 아이고 머꼬---! 우찌 잘난놈도 그리 만은지--, 합천을 한문으로 쓰면 쫍을 陜(쫍을 협)아이가. 쫍은 개울에 사는 사람들이니 시건머리 없능거 두말하면 숨가뿌지---
니가 씨가빠지개 합천 자랑을 씨부러 싸 바짜, 합천이라는 곳은 안코 없는 풀빵 이지 뭐꼬, 안 거럿나마"
이. "일마야! 니 합천하고 무슨 원수진 일 있나, 대강대강 해라"
점심시간이 다 되어 사무실로 들어섰다. 합천친구는 기분이 개운 찮고 풀이 죽었
다.
합천 친구는 언젠가 합천군청 인터넷에 들어가 자유게시판을 보았는데,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올린 저속한 글들을 읽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오늘 친구에게 아픈 곳을 몽땅 들켰다는 기분이었다.
라는 이야기를 제법 똘똘한 조카놈이 널어놓은 이야기다.
촌노 고향 생각이 치미러 저녁을 먹은 후 인터넷을 먼저 차지하여서는 초기 화면을 켜둔체 눈을 지그시 감고, 며칠 전 치구 여식애의 결혼식에 참여하러 합천에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합천읍을 내려다 보고있는 남산에 오르던 좁은 황토 길은 아스팔트로 잘 다듬어진 외곽 산복로(山腹路)로 절단되어 그 흔적이 간 곳 없고, 정상을 지키던 무당바위 조차 풀이 죽어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
무당바위는 이삼십 톤 될 성한 장방형의 돌로 합천읍을 엄호(掩護)해주던 상징적 바위다. 그 바위를 받혀주는 남산은 지금은 정수장을 위한 철조망에 둘러 쌓여 악동들의 체취(體臭)를 잊은 지 오래 인양 그 자태는 얼시년스럽지만,
우리 내 늙은이들이 소시(少時)적에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자신의 어깨와 등허리에 올라 청솔 개비를 쌓아두고,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자 불을 질러 "달집에 불이야, 달집에 불이야" 하고 큰 목소리로 외쳐되던 쥐불놀이 추억을 되살려주는 역할만으로도 흡족한 양 무당바위는 아직도 버팀이 당당하다.
남쪽을 향해 황강을 바라보고 가족묘 한자리에 편하게 누어있는 김씨 성의 내 한 친구는 화려했던 그의 이력을 각인해둔 石體가 석공의 모진 매도 잊은 듯 묘역의 앞자리에 불평 없이 버티고 서서 망인과 친구가 되어 후생(後生)들에게 인생무상(人生無常)의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 준다.
어쩌면 급하지도 않은 황천길을 재촉 한 또 다른 이씨 성의 친구와 더 앞서간 박. 최 등 여러 친구들과 함께 저승의 황강에서 물장구 치고 놀면서, 후우(後友)들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더디 오기를 기다리는 지 모를 일이다.
지금 세어 보니 이승보다 저승에 간 친구 수가 더 많은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 앞서 간 친구 놈들이 지금 까지 숨을 계속 쉬고 있었다면, 우리네 과학자들이 발견한 가공할 신물질인 암피피신(amphipysin)이란 묘약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입 하여 그들에게 먹여, 그들로부터 죽음과의 접근을 차단하여 놓고, 앞으로 이삼십 년 간을 거뜬히 이곳 향리에서 못난 이 친구와 함께 신선처럼 즐겁게 노후(老後)를 향유 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천심을 원망하는 망념(妄念)을 털어내고,
자판을 아래 글로 채우면서, 조카의 친구 김군과 외지인들에게 일갈해야지 하고 다짐한다.
김군과 타지인들에게
"내가 누고, 우리는 적어도 합천 사람이다 말이다. 그 까짓 인터넷에 올린 글보고 씨불이지 말라 말이다.
합천의 진면목은 공기, 땅, 물, 이다 말이다.
조은기나 나뿐기나 서로서로 농걸라 멍는 인심 한번 기찬기라 그 말이다.
알아 묵껬나" 하자
이 말을 듣고,
타지인들
"아이구! 임자만난네, 벌로 씨부리다가 큰 코다치겠다! 숨죽이자!"
하도록 "우리 합천 사람들 품격을 좀 높여 보입시데이."
´넷´에서도 마찬가지고요-------"
1 문영길<2003-08-27 오후 10:07:07> 이헌진님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글을 쓰시면서 유유자적하는 분위기를 즐기시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인터넷을 편하게 접속하시면서 글을 올리시니 말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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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hj2490<2003-08-27 오후 10:20:32> 문영길씨 언제나 격려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넷에서 나마 마음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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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화공주<2003-08-27 오후 10:29:55>
호호호~` 저는 절반이나 무슨 뜻인지 독해가 잘 안되네요.
경상도 사투리가 억양이 강하다는데 글로 읽어봐도 마찬가지네여~~
글고 이선생님 홈피 만드시면 도메인주소를 여기 게시판에 올려주시던지 여기에 매너로 링크를 걸어주시면 저도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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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화공주<2003-08-27 오후 10:31:36> 매너가 아니고 배너입니다. 오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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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화공주<2003-08-27 오후 10:35:31>
음악한곡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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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벽소<2003-08-27 오후 10:46:18> 선화공주님의 글을 읽으니
홈페이지 만드시어 알리는 방법중에 권변호사 홈페이지같이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곳에 배너를 달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겠는데 여기 홈페이지의
우리지역 즐겨찾기같은
배너방식보다 노출배너면 효과가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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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lhj2490<2003-08-27 오후 10:53:37> 선화공주님께서 띄우시는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제 찌든 마음을 깨끗이 지워줍니다.
노래의 리듬을 따라 내 마음이 밤하늘을 날고 내 손끝은 자판위에 춤을 춥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밤 11시 5분전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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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리산<2003-08-28 오후 1:00:35> 사실 저는 고향이 합천이라지만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내어서 고향에 대한 추억이라고는
군에 가기 전 할아버지에게 몇년 공부할 때 외에는
어릴 때의 추억이라든가 불알친구가 없는 편입니다.
추석전에 이선생님이 어디 계시는지요?
저는 내일쯤 합천에 내려가서 추석까지 있을 예정입니다.
혹 합천에 계시면 차 한잔 하실 시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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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리산<2003-08-28 오후 2:18:47> 선화공주님, 저에게 전화 부탁할까요?
선화공주님 전화번호를 몰라서(휴대폰의 액정이 깨져 검색이 되지않는데다 외우지는 못하고......) 그러는데 전화 해 주세요.
선화공주님 전화번호 외우지 못한다고 삐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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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hj2490<2003-08-28 오후 9:35:27> 그렇찮아도 식사라도 할까하여 전화를 걸었더니 묵묵부답---
제가 추석전은 계속 합천에 있을 것입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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